마루티 스즈키, 인도서 판매량 2배 늘린다
2030년까지 점유율 50% 중·저소득층 10억명 겨냥
일본 스즈키가 지배하는 인도 최대 완성차 업체 마루티 스즈키가 ‘차세대 10억명의 인도인’을 겨냥하며 인도 내 입지 회복에 나섰다.
스즈키는 2030년까지 인도 생산량을 연간 400만대로 두 배 늘리고, 현지 시장 점유율도 현재 41%에서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인도 자동차 시장은 2020년 약 240만대에서 2030년 약 530만대로 10년간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인도는 이미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발돋움했으며, 마루티 스즈키는 인도 자동차 판매량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40년간 상위 2~3억명의 부유계층 중심으로 성장해온 마루티 스즈키는 이제 보다 넓은 계층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아유카와 켄이치 마루티 스즈키 부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에는 14억명이 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아직 자동차시장에 들어오지 않은 새로운 10억명의 인도인을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면서 "이 10억명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즈키는 농촌 지역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소 배설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활용한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 구축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를 살 형편이 안되는 농촌 지역 소비자들을 위한 깨끗한 연료를 제공해 구매 여력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인도 내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스즈키는 향후 5년간 1조2000억엔(약 85억달러)을 투자해 인도 내 생산 확대와 신모델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스즈키는 현재 인도 지방의 전체 딜러망의 70%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 라인업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구조적으로 수요가 강한 지역 시장에서 강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경쟁은 만만치 않다. SUV 시장에서 마힌드라, 타타 모터스 등 현지 경쟁사에 밀린 데다가 현대차, 르노, 폭스바겐 등 글로벌 브랜드도 인도를 ‘제2의 중국’으로 보고 공격적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스즈키는 SUV 시장 대응을 위해 ‘그랜드 비타라’, ‘브레자’ 등의 모델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펠햄 스미스의 분석가 줄리 부트는 "외국 자동차 업체들의 인도 진출 확대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스즈키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스즈키는 최근 델리 근처 하리아나(Haryana) 주에 네 번째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구자라트(Gujarat) 공장을 중심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도 확대하고 있다. 스즈키와 업무·자본 제휴를 맺은 도요타도 최근 3년간 인도 판매를 30만 대까지 늘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스즈키가 인도에서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는 제품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글로벌데이터의 비벡 쿠마르는 “제조사들의 투자와 기대는 크지만, 대부분의 인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에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