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건조 호위함서 결함 발견

2025-05-21 13:00:26 게재

배관 구멍으로 해수·연료 섞여 … 수리로 운용 문제 없지만 책임 소재 놓고 이견

한화오션이 설계한 해군의 3100톤급 호위함 여러 척에서 배관에 균열이 생기는 결함이 발견됐다. 결함이 발견된 호위함들은 군이 긴급 수리 등을 통해 정상 운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해군이 운용하는 대구급 호위함(FFG-II)에서 설계 결함 등 구조적 결함이 발견돼 순차적 수리에 들어갔다.

대구급 호위함은 노후화된 울산급 호위함(FF)과 포항급 초계함(PCC)을 대체하기 위해 발주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주했다. 2016년 6월 진수된 선도함인 대구함(FFG-818)를 시작으로, 2022년 3월 진수된 8번함 춘천함(FFG-827)까지 한화오션 4척, HD현대중공업 4척 등 총 8척을 건조해 해군이 운용 중이다.

그러나 해군은 지난해 말 대구급 호위함들에서 설계도와 다른 낮은 강도의 합금으로 제작된 ‘이종품’으로 엔진 연료 배관을 제작해 장착, 배관이 깨져 누수가 발생하는 구조적 결함을 발견했다.

해군은 우선 자체 예산으로 사안이 시급한 함정부터 배관을 교체하고 대구급 호위함 사업을 총괄한 방위사업청에 한화오션의 설계 결함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대구급 호위함의 배관 결함이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 2022년으로 알려졌다. 당시 호위함 1척에서 연료탱크를 관통해 지나가는 평형수(선박의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배 안에 채워 넣는 물) 배관에서 구멍이 생겨 해수가 연료탱크에 들어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다른 함선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자 해군이 확인작업을 거쳐 구조적 결함을 찾아 낸 것이다.

지난 1월 대구급 호위함 경남함이 대함사격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방사청에 따르면 2011년 한화오션이 기본 설계를 할 당시에는 구리·니켈 합금 재질의 배관이었지만 추후 스테인리스로 설계가 변경됐다.

최초 결함이 생긴 호위함에는 기본 설계 시 변경된 스테인리스(SUS316L)가 아닌 다른 재질의 스테인리스(SUS304L)가 일부 사용되기도 했다. 승인받지 않은 스테인리스가 사용된 배관이 사용된 건 전체 131m 중 1.6m 정도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한화오션이 공급해준 원자재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로 추정된다”면서 “또 이종품 재질이 사용된 함선의 경우도 하청업체의 실수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함정에서 연료배관 재질을 구리·니켈 합금 재질로 사용하면서 연료유 오염 및 침전물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SUS316L로 재질을 변경했다”며 “이는 당시 기술적 측면에서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관련된 사항은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에 모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화오션은 “설계상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 실수와 재질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부식에 잘 견디는 재질로 된 스테인리스(SUS316L)가 사용된 다른 호위함에서도 구멍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군은 문제가 확인되지 않은 다른 호위함들도 연료탱크를 우회하도록 배관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테인리스가 사용된 경위에 대해서는 한화오션과 방사청 간 입장이 다르다. 한화오션은 설계를 바꾸면서 보고 등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고, 방사청은 그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 배관 재질 변경이 방사청이나 기품원의 승인 사항은 아니지만,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쟁점이다.

HD현대중공업은 설계대로 호위함을 건조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해군, 방사청, 업체들은 배관에 설계와 다른 스테인리스가 사용된 경위를 파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기술 검토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확한 경위가 파악돼야 호위함 수리비를 누가 부담할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하자를 보수하고 교체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서 “다만 설계업체 잘못인지 건조업체 잘못인지 국방기술품질원 책임은 없는지 법적 판단하는 것은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방사청과 해군 등은 후속 사업인 ‘울산급 Batch-Ⅲ(충남급) 호위함’ 건조 사업에선 설계 변경을 통해 문제를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풍·박광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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