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중앙지검장 사의 표명 논란
‘건강상 이유’ 들었지만 ‘김건희 수사’ 책임 모면 지적
공수처 고발됐는데 명퇴신청…박성재 장관과 조율했나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지검장은 건강 문제를 사유로 들었지만 정권 교체가 유력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전날 법무부에 동반 사의를 표명했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동반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탄핵소추 이후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어 현재 건강이 안 좋지만 복귀해서 중앙지검 주요 현안을 챙긴 후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일로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다가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 대변인을 지냈던 이 지검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후 문재인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낭한 수사를 여럿 지휘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으로 있으면서는 이 후보의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불법후원금 의혹 사건을, 전주지검장으로 근무하면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수사를 이끌었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후에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의혹과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는데 이 과정에서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고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김 여사를 조사해 ‘출장조사’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서울고검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를 결정하고 3명의 검사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재수사 결과에 따라 김 여사 기소로 판단이 바뀔 경우 이 지검장 등에 대한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
이 지검장의 사의 표명을 건강상의 이유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 지검장 등이 김 여사를 검찰청에 출석시켜 조사하라는 이 전 총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헌재도 이 지검장 등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적절히 수사했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사가 퇴직을 희망할 때 법무부 장관은 징계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도록 규정한다. 검사가 해임 징계를 받으면 3년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한 검찰출신 인사는 “감찰이 시작되면 퇴직 절차가 중단된다”며 “대선 이후 예상되는 감찰에 앞서 사표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 등의 퇴직 예정일은 대선 투표를 하루 앞둔 6월 2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한민수 대변인은 21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인터뷰에서 이 지검장 등의 사의 표명에 대해 “어떤 책임지는 자세나 본인들의 과오를 인정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면피하기 위해서, 피하기 위해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도 논평을 내고 “내란 수괴 윤석열의 정치검찰 대표선수 이창수가 난파선에서 먼저 뛰어내렸다”며 “이창수는 부당하고 불의한 권력자를 위해 검찰권을 칼춤 추듯 썼다, 이창수가 법정에 서는 것이 정의”라고 했다. 이 지검장 등이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 부담을 피하려 한다는 관측도 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채널에 나와 “김건희씨 소환 과정에 체포영장을 해야 하는데 그걸 안하겠단 것”이라며 “(이 지검장의 사의 표명은) 아주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명태균씨가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출석조사를 시도하고 있다.
이 지검장 등이 의원면직이 아닌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형사고소·고발이 제기되면 명예퇴직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문 전 대통령 옛 사위 수사 관련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그럼에도 이 지검장 등이 명퇴를 신청하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미 조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