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정비사업 조합장도 뇌물죄 적용 가능”
‘공사 계약 대가’ 뇌물수수 혐의
대법 “공무원 의제조항 준용”
전통시장법에 따른 시정정비사업 조합 임원이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고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6000만원, 1894만원 추징명령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1월 전 조합장과 발생한 법적 분쟁 과정에서 조합의 시공사 선정과 행정업무 등을 위탁하는 대가로 건축업자 B씨에게 변호사 선임 비용과 송달료 49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한 2020년 3월 부동산업자 C씨에게 업무대행 계약 유지를 명목으로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아울러 2020년 5월 공사 계약의 대가로 건축업자 D씨에게 토지매매 계약을 가장해 1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재판의 쟁점은 시장정비사업 조합의 임원을 공무원으로 보고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였다.
옛 전통시장법에는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을 공무원으로 본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다만 옛 전통시장법은 재개발 사업에 관해 도시정비법을 준용하도록 했다. 도시정비법 134조는 정비사업 조합의 임원에게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할 때 공무원으로 본다고 정한다.
A씨측은 옛 전통시장법이 도시정비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공무원 의제 조항까지 해당하지 않는다며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추징금 1890만원도 명령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은 시장정비사업이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사업과 실질이 동일하다는 점을 고려해, 전통시장법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도시정비법의 재개발사업에 관한 규정을 시장정비사업의 관련 사항에 원칙적·포괄적으로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시정비법 제134조는 조합의 임원을 형법상 뇌물죄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하고 있다”며 “전통시장법에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한다는 내용의 명시적 규정은 없으나, 도시정비법의 공무원 의제 조항은 재개발사업을 비롯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 임원의 법적 지위를 정한 것으로써 재개발사업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고,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에 대해 도시정비법상 공무원 의제 조항을 준용하는 것이 그 성질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 A가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으로서 뇌물죄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의제된다고 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시장정비사업조합 임원도 뇌물죄 적용 시 공무원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판시한 첫 사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