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최선집행기준, 제도적·기술적 고도화 필요
독립적·경쟁력 있는 주문집행전략 마련해야
투자자 유형별 맞춤형 집행 서비스 다변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한 지 두 달 만에 하루 거래대금 5조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이에 발맞춰 증권사들은 최선집행기준 수립과 자동주문전송(SOR) 시스템 도입 등 제도적, 기술적 기반을 단계적으로 정비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증권사들의 최선집행기준은 단편적 구조에 머물고, 주문집행 전략은 증권사별 뚜렷한 차별성이 없어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기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선집행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술적 측면에서 고도화가 필요하며, 독립적이고 경쟁력 있는 주문집행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NXT 일평균 거래대금 5조원 돌파 =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출범한 NXT의 5월(1~20일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60억원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프리마켓 일평균 거래대금은 8230억원, 정규장 34600억원, 애프터마켓 7230억원을 기록했다.
NXT의 출범은 거래시장 경쟁 환경 조성과 서비스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고 국내 주식시장은 복수 거래시장 체제에 본격 진입했다. 한국거래소와 차별화된 거래조건을 제시함으로써 거래시장 간 경쟁적 시장 질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투자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거래 서비스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제고하는 기반을 제공하는 모습이다.
NXT는 정규시장 외에도 프리마켓(08:00~08:50)과 애프터마켓(15:30~20:00)을 운영하여, 투자자들이 장 개시 전후의 가격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추가적인 매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프리마켓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미국 등 국제 뉴스에 즉각 대응하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표 직후에는 프리마켓 거래대금이 1조4938억원으로 급등하며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9월부터 NXT 정규장 참여 증권사 증가 예상 = 현재 국내 50개 증권사 중 15곳만 KRX와 NXT 양 시장에 걸쳐 SOR 기반으로 실질적인 주문을 집행하며 전체 시장 차원에서의 참여도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단순 참여 증권사 수 기준으로는 30.0%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시장 비중은 약 76.8%에 달한다.
14개 증권사(28.0%)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만 NXT에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21개 증권사는 여전히 KRX 단일 시장에서만 주문을 집행하고 NXT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25년 9월부터는 일부 증권사들도 NXT 메인마켓 거래 개시에 대비해 SOR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복수시장 활용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시장 전반의 참여 기반 또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양 시장에 걸쳐 SOR 기반으로 실질적인 주문을 집행하는 증권사들은 KRX 단일시장 구조와의 실질적 차이가 크고, 구현 시 더욱 엄격한 기준과 정교한 주문집행 방법이 요구된다”며 “특히 KRX와 NXT에서 동시에 연속 경쟁매매가 이루어지는 정규 거래시간 대에는 두 시장의 주문을 실시간으로 비교해 최선의 거래를 결정해야 하므로, 비교 기준이 명확하게 설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비교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일관성 있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최선집행의 실효성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각 증권사의 최선집행기준과 기술적 구현 수준에 따라 주문체결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각 증권사의 시장 접근 역량과 주문집행 전략을 면밀히 비교하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증권사를 선택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 연구원은 향후 최선집행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술적 측면에서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증권사는 주문집행 원칙과 별도지시 항목을 보다 세분화하고 다양화하고 △알고리즘 기반 주문 전략과 SOR 시스템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전략의 다양성과 집행의 효율성 제고 △대량 거래나 민감한 전략 주문에 적합한 다크풀 등 비공개 대체거래 플랫폼의 활용 검토 △집행 품질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개인 비중 90% … 기관 참여 유도해야 = NXT 출범 이후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평균 94.3%에 달했다. NXT의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투자자 거래대금 비중은 각각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단계적 종목 확장의 최종 단계인 4단계에서 거래된 796개 종목의 경우에도 두 투자자군의 합산 비중은 약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KRX 시장에서 해당 종목군에 대한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의 거래대금 비중은 각각 21.7%와 37.6%로, NXT와 비교할 때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이는 국내외 전문 투자자들이 복수시장 체제를 활용한 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기관투자자의 원활한 진입을 위한 제도적, 기술적 기반이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최선집행기준은 가격 및 수수료 중심의 단편적 구조로 설정되어 있어, 기관투자자의 전략적 수요, 거래 익명성 확보, 시장 충격 최소화 등 고도화된 거래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강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도입이나 의무 부과 방식만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 기관투자자의 거래 목적과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주문집행 서비스의 다변화 및 고도화를 통해 자발적이고 지속가능한 참여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