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 도돌이표'대선공약' 이번엔? | ③ 호남·제주
“공약만으론 못 믿어…국립 의대, 국정과제 들어가야”
35년 전 첫 건의 … 목포대·순천대 통합해 재추진
남원공공의대도 … 광주공항 이전 출구전략 주목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 기틀은 대선 공약을 기초로 짜여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국 자치단체가 주요 후보 대선공약에 현안사업 반영에 사활을 건다. 물론 공약에 포함됐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정부 차원의 계획이 확정돼 공모를 진행하고, 부처에 추진단까지 마련했다가 엎어지기도 한다. 끝까지 안심하지 못한다며 마음을 졸이는 이유다. 호남권 국립의대 신설이 그렇다.
◆1990년 정부 건의부터 35년 걸려 =전남권 숙원사업인 국립의대 신설은 35년이나 묵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신설’을 약속했지만 전남도 등은 ‘차기 정부 국정과제’에 올라가야 안심이라는 분위기다. 의료 정원을 확정하는 의료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가 오는 2027년 수급 계획에 전남 의대 정원을 반영해야 실질적인 약속 이행이라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22일 전남도 등에 다르면 전남 의대 신설은 지난 1990년 목포대학교가 의과대학 유치를 정부 처음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순천대학교도 6년 뒤 의과대학 설립 타당성 연구 용역을 실시하면서 양 대학과 지역 정치권 대결 양상으로 치달았다. 갈등양상을 빚다가 2024년 3월 윤 전 대통령은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를 전남도에서 의견을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정부도 지역내 합의 후 신청을 전제로 추진 입장을 내놨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지난해 11월 통합에 합의하고 의대 신설에 필요한 ‘예비평가인증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하면서 의대 신설 기대는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4월 의료계 반발을 의식해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동결하면서 2026학년도 전남 의대 신설이 무산됐다. 답답해진 전남도가 2026학년도 정원 배정을 빼더라도 의대 신설만큼은 공문으로 약속해 달라고 간청했으나 정부는 이마저도 외면했다. 현재 전남도는 2027학년도 의대 설립을 목표로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이재명, 김문수 후보 모두 전남 국립 의대 신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도는 각고의 노력으로 정부가 제시한 과제를 해결했다”면서 “차기 정부는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국정과제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추진단까지 만들었던 남원공공의대 = 전북자치도 남원공공의대도 애를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전북 공공의대 설립 방안은 새만금 개발사업과 함께 18대 대선(2012년)부터 되풀이 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4월에는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치를 결정했고, 2019년 5월 보건복지부에 대학원 설립 추진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2018년 2월에 폐쇄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의료인력을 양성하자는 취지였다. 남원시 월락동 남원의료원 인근에 대학부지를 마련해 사유지 등 55%의 땅을 이미 확보 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과 정치권 내부의 이견에 부딪혀 2022년 개교는 무산됐고,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정부차원에서 사업추진이 사실상 중단됐다. 22대 국회 들어 2024년 6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공공의대법을 통과시키면서 재추진 절차에 들어간 뒤 이번 대선 공약에 다시 반영됐다. 특히 이재명 후보를 비롯해 민주당이 적극적이다.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이 후보와 김경수 김동연 등이 모두 공공의대를 주장했다. 전북자치도는 중단됐던 공공의대 논의가 가시화된 것 자체를 반기고 있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의료취약지인 지리산권 주민의 건강·생명권을 보호하고 서남대 의대 폐쇄에 다른 지역사회 침체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과거 추진 상황을 고려하면 의대정원 조정과 맞물린 의사단체의 반발, 교육 방식, 의료인력의 의무 근무기간 등을 놓고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광주 군 공항 이전, 정부 조정능력 주목 = 12년째 답보상태인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지도 관심사다. 단순히 공항 이전을 넘어 광주·전남 상생을 상징한다. 광주의 군 공항과 민간공항을 무안으로 함께 이전하고 이 부지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망라한 ‘그린 스마트시티’를 조성할 예정이다. 전남도와 무안군은 이전할 민간공항을 활용해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여객기 추락사고까지 발생한 무안공항은 지난 2008년 개항했지만 수요 부족인 적자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2013년부터 군 공항과 민간공항 동시 이전을 추진했다.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대선 공약에도 두 차례 반영했지만 소음 피해를 우려한 무안군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2023년 정부가 이전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다시 탄력을 받았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군 공항 이전지역에 최대 1조원을 지원하는 유인책을 발표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무안군이 이전을 수용할 경우 7000억원 규모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광주·전남·무안 단체장 회동은 성과 없이 끝났고, 이전 사업도 동력을 잃었다.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이재명, 김문수 후보가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한 지원 등을 내놓으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광주 유세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이해를 조정해 신속히 공항을 옮기겠다”며 “예산이 부족하면 정부가 지원해 반드시 해법을 찾겠다”고도 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무안 군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파격적 지원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담겨 있다.
이명환 방국진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