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U, 트럼프 대응하려면 CPTPP 가입해야
여한구 전 통상본부장 제언 세계 GDP 30% 규모로 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에 맞서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이 동시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시실리아 몰스트럼 전 EU 통상집행위원은 22일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보고서 ‘유럽연합과 한국은 환태평양 무역 협정에 가입해야 한다’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당시 여 전 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참여했고, 몰스트럼은 EU 대미 협상을 주도한 이력이 있다.
2018년 출범한 CPTPP는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 나머지 국가가 2018년 12월 출범시켰다.
현재 영국 캐나다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전 세계의 15%에 이른다.
몰스트럼 EU 전 통상집행위원과 여 전 통상본부장은 우리나라와 EU가 CPTPP에 가입할 경우 GDP의 약 30%를 포괄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시절인 2022년 4월15일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부처 내 의사결정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마지막 단계인 국회보고가 이뤄지지 않아 3년째 가입을 못하고 있다. 국회보고는 CPTPP 가입 신청을 위한 필수 절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우리가 CPTPP에 가입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실질 GDP가 0.33~0.35% 늘어나고 수출·투자·고용 등에서 전방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다만 회원국 상당수가 농업이 발달한 국가라는 점에서 농어민단체 등이 CPTPP 가입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정치권에서 주저하는 분위기다.
여한구 전 본부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상호관세 등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다변화와 미국과의 무역관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동기를 제공했다”며 “트럼프 정부의 조치에 직면한 유럽과 한국은 무역 다각화를 위해 글로벌 사우스를 포함한 다른 곳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CPTPP 가입은 무역의 다각화를 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CPTPP는 아시아태평양의 12개국을 포함한 현존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규범과 시장접근을 제공하는 메가 FTA로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상황하에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EU와 한국이 CPTPP에 참가하면 세계 GDP의 약 30%를 차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랜 정치혼란으로 한동안 국제무대에서 사라졌던 한국 입장에서는 곧 출범할 새 정부가 ‘한국이 되돌아왔다(Korea is back)’ 는 메시지와 함께 국제 사회에서의 리더쉽 역할을 복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