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사의’ 윤 부부 수사 차질 우려

2025-05-22 13:00:13 게재

‘공천개입 의혹’ 김건희 소환 대선 뒤로 밀릴 듯

‘선거법 위반 의혹’ 윤 전 대통령 조사도 불투명

중앙지검 “진행 중인 사건 차질 없게 챙길 것”

이창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중앙지검이 진행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수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앙지검은 이 지검장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근무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수뇌부의 동반 사의 표명으로 속도감 있는 사건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출석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 2월 명씨 관련 사건을 창원지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중앙지검 수사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해왔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명씨로부터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같은 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같은 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하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김상민 전 검사를 김 전 의원 지역구에 출마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 등 관련자들을 조사한 수사팀은 지난 14일 검찰에 나와 조사받을 것을 김 여사 측에 통보했지만 불발된 바 있다. 김 여사측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1차 소환조사가 무산된 후 1주일이 더 지났지만 검찰은 아직 공식적으로 2차 출석 통보를 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중에라도 출석해서 조사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김 여사측에서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선 전에라도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대선 투표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데다 이 지검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대선 전 김 여사 소환조사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공천개입 의혹보다 시급한 건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질문에 “한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고 말하는 등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됐다.

윤 전 대통령은 최근 시민단체로부터 지난 대선에서 ‘고발사주’ 의혹을 부인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6개월로 윤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는 시효가 정지됐다가 파면 이후 다시 진행돼 오는 8월초 만료된다. 불과 2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조민우 부장검사)는 이달초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김한메 대표와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등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사건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이 지검장의 사의 표명으로 대선 전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의를 표명한 마당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업무를 계속 본다고 해도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면 조직 구성원들이 동요할 수밖에 없고 수사에도 차질이 있지 않겠느냐”며 “전직 대통령 부부를 소환하는 그런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은 사건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사의 표명과는 무관하게 진행 중인 사건들에 차질 없도록 잘 챙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고검은 최근 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의혹 수사에서 확보한 김 여사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검은 김 여사의 휴대전화에 주가조작에 가담하거나 인지한 정황이 담겨 있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나 휴대전화에서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2009~2012년 주가조작하는 과정에 전주로 참여하고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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