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재등판에 웃는 이재명
‘낙관론’에 지지층 느슨해질라 걱정 사라져
선거 막판 ‘보수 결집’에도 찬물 끼얹을 듯
이 후보, ‘노무현 추도식’ 참석해 지지층 결집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기로 작정한 분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상호 위원장의 말이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전날(21일)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룬 영화를 관람하며 탄핵 후 첫 공개행보를 한 데 대한 민주당의 전반적 반응이기도 하다. 대선을 12일 앞두고 혹시라도 ‘낙관론’에 취해 지지층이 느슨해질까 우려하던 차에 ‘적절한’ 타이밍에 모습을 드러낸 윤 전 대통령이 지지층들의 결집을 돕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결집세가 가속화될 수 있는 보수 진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수겸장의 호재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여세를 몰아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지지층 결집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22일 민주당 내에선 전날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호재’로 보고 있다. 우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후보가 어찌 되느냐는 신경은 안 쓰시고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선거 종반전으로 갈수록 어느 쪽 지지층이 결집하느냐가 변수인데 윤 전 대통령의 공개 행보는 민주당 지지층은 결집시키되 국민의힘 지지층은 와해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 공개행보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에선 압승이니 득표율 목표치 등에 대한 언급 금지령 내리고 ‘오만 프레임’을 경계하던 상황이었다. 이 역시 승리에 대한 낙관이 커지면서 자칫 지지층 결집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번 대선의 ‘내란 종식 프레임’을 환기해 주는 결과를 낳았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윤 전 대통령은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원장이라고 해도 될 만한 행보를 하고 있다”면서 “높은 지지율 때문에 자칫 느슨해질 수도 있었던 민주당 지지층을 다시 한번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여세를 몰아 22~23일 경남 양산·김해를 방문하며 지지층 결집 행보를 이어간다. 특히 23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민주당의 정통성을 부각시킬 예정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남도 봉하마을에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선 탄식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총선 때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보내는가 하면 총선 전 의대 정원 기자회견 열어 기름을 붓는 역효과를 냈다”면서 “그때 분위기 좋았던 선거가 완전 뒤집혔는데 비슷한 상황이 올까봐 걱정이다. 윤 전 대통령이 우리 선거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에도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제발 다시 구속해 달라”고 읍소하는가 하면 의원들 단톡방에선 “자중을 시켜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공개 행보에 대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통령도 그만두셨고, 당에서도 탈당하셨는데 영화도 많이 보시고 사람도 많이 만나시면 좋은 것 아닌가”라며 어정쩡한 입장을 내면서 윤 전 대통령이 끼친 부정적 효과를 제대로 차단하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같은 날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김건희 여사 관련 사과도 묻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