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재등판에 웃는 이재명

2025-05-22 13:00:19 게재

‘낙관론’에 지지층 느슨해질라 걱정 사라져

선거 막판 ‘보수 결집’에도 찬물 끼얹을 듯

이 후보, ‘노무현 추도식’ 참석해 지지층 결집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기로 작정한 분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상호 위원장의 말이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전날(21일)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룬 영화를 관람하며 탄핵 후 첫 공개행보를 한 데 대한 민주당의 전반적 반응이기도 하다. 대선을 12일 앞두고 혹시라도 ‘낙관론’에 취해 지지층이 느슨해질까 우려하던 차에 ‘적절한’ 타이밍에 모습을 드러낸 윤 전 대통령이 지지층들의 결집을 돕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결집세가 가속화될 수 있는 보수 진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수겸장의 호재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여세를 몰아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지지층 결집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지자들 향해 인사하는 이재명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22일 민주당 내에선 전날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호재’로 보고 있다. 우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후보가 어찌 되느냐는 신경은 안 쓰시고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선거 종반전으로 갈수록 어느 쪽 지지층이 결집하느냐가 변수인데 윤 전 대통령의 공개 행보는 민주당 지지층은 결집시키되 국민의힘 지지층은 와해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 공개행보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에선 압승이니 득표율 목표치 등에 대한 언급 금지령 내리고 ‘오만 프레임’을 경계하던 상황이었다. 이 역시 승리에 대한 낙관이 커지면서 자칫 지지층 결집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번 대선의 ‘내란 종식 프레임’을 환기해 주는 결과를 낳았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윤 전 대통령은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원장이라고 해도 될 만한 행보를 하고 있다”면서 “높은 지지율 때문에 자칫 느슨해질 수도 있었던 민주당 지지층을 다시 한번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여세를 몰아 22~23일 경남 양산·김해를 방문하며 지지층 결집 행보를 이어간다. 특히 23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민주당의 정통성을 부각시킬 예정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남도 봉하마을에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선 탄식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총선 때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보내는가 하면 총선 전 의대 정원 기자회견 열어 기름을 붓는 역효과를 냈다”면서 “그때 분위기 좋았던 선거가 완전 뒤집혔는데 비슷한 상황이 올까봐 걱정이다. 윤 전 대통령이 우리 선거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에도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제발 다시 구속해 달라”고 읍소하는가 하면 의원들 단톡방에선 “자중을 시켜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공개 행보에 대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통령도 그만두셨고, 당에서도 탈당하셨는데 영화도 많이 보시고 사람도 많이 만나시면 좋은 것 아닌가”라며 어정쩡한 입장을 내면서 윤 전 대통령이 끼친 부정적 효과를 제대로 차단하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같은 날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김건희 여사 관련 사과도 묻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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