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정체에 고심깊은 김문수
김문수, 수도권 3일째 훑으며 중도층 공략
이재명엔 네거티브 난사… 이준석은 달래기
박스권 갇힌 지지율 … 반전 카드 ‘안갯속’
보수 진영 단일화를 위한 전제 조건은 지지율 상승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향해 끈질기게 단일화를 구애하고 있지만 이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말빨’조차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두 후보의 합산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로서는 단일화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지지율 반등을 이뤄야 하는 입장이다.
공식선거운동 시작 후 3일 동안 보수 텃밭인 영남권을 다졌던 김 후보는 수도권에 3일간 머무르며 중도·무당층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후보는 20일 서울에 이어 21일 고양 김포 파주 동두천 양주 남양주를 찾았고 22일 오후에는 광명 부천 등 경기도 권역을 샅샅이 훑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는 8년 간 도지사를 지내면서 일궜던 성과를 강조하기 유리한 곳이다. 김 후보는 이 지역 유세장을 돌며 경기도에 대한 애정을 내보이는 한편 이재명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빼놓지 않았다.
21일 고양 화정역 광장 집중 유세에서 김 후보는 “일산대교는 제가 (도지사로) 있을 때 개통됐다”면서 “일산대교가 편리하지만 유료이기 때문에 불편한 게 많아 제가 최선을 다해서 요금도 낮췄다”고 말했다. 파주를 찾아서는 “파주 LG디스플레이와 거기 외국인 기업이 많이 있는데, 그것도 제가 다했다”면서 “GTX는 제가 도지사하면서 뻥 뚫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역까지 가는 데 1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22분이면 도착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발언도 이어졌다. 김 후보는 “저는 방탄조끼를 안 입었다. 어떤 사람은 방탄조끼도 부족해서 방탄유리를 치고 방탄 법까지 만든다”면서 “죄를 지은 사람은 감옥에 앉아 있으면 방탄조끼도 방탄유리도 필요 없다”고 직격했다.
당 선대위에서도 중도층 공략을 위해 이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영부인에 대해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투명한 검증을 준비하겠다”면서 영부인 검증 절차 마련, 영부인에 공적 책임 부여,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인사 등에 대한 감시·감찰 등 3가지를 약속했다.
이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 방탄입법 비판에 더해 김 여사 관련 비리 의혹을 반전 카드로 모색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설득을 위한 당의 직접적인 행보도 계속되고 있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이 후보의 ‘학식 먹자’ 유세 현장을 찾았다. 이 후보를 만난 뒤 안 위원장은 “(단일화 관련) 개인적인 경험담, 그리고 만약에 단일화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다 정도의 조언들을 주로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안 위원장과의 만남 이후에도 “단일화에 대한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해도 지는 단일화를 하는 사람은 더 이상한 사람이 된다”며 “단일화를 위한 논리적 구성 자체가 돼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단일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 보인다. 21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특단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 김 후보는 “이준석 후보는 마지막에 결국 저와 단일화가 돼서 훌륭하게 대선승리를 이끌 수 있는 주역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지율 상승 후 단일화’가 아니라 ‘단일화 후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