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탄핵된 보수…대선 뒤 “당 해체 이상 쇄신 불가피”
잇단 탄핵으로 보수 ‘만신창이’ … 쇄신 주도권 누구 손에?
대선 이기면 대통령이 주도권 … 지면 전대서 주도권 경쟁
김문수 홍준표 나경원 한동훈 이준석 등 주도권 후보 거론
보수진영은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란 엄청난 짐을 짊어진 채 6.3 대선을 맞고 있다. 보수 곳곳에서는 대선 승패와 무관하게, “대선 이후 당 해체 이상의 강도 높은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 번의 탄핵을 초래한 보수가 이번에도 환골탈태하지 못하면 ‘만년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대선 이후 보수 쇄신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22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정치개혁 비전을 발표하는 등 12일 남은 대선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세로 나타나지만 김 후보측은 여전히 “역전이 가능하다”고 기대한다. 김 후보측 바람대로 역전에 성공한다면 대선 이후 보수 쇄신 주도권은 새 대통령과 김용태 비대위 손에 쥐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의힘 아웃사이더로 꼽히는 김문수 대통령과 35세인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보수 세력교체와 세대교체를 동시에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대선 패배를 전제로 한 쇄신 주도권 경쟁 시나리오에 더 무게를 두는 눈치다. 이동훈 개혁신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21일 SNS를 통해 “이 분들(친윤)은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를 하자’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는 식의 말을 한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공보단장 주장대로라면 친윤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 당권을 미끼로 단일화를 거래하려 했다는 것이다. ‘당권 거래설’과는 별개로 이준석 후보는 진작부터 보수 쇄신을 주도할 유력 후보로 꼽혀 왔다. 6.3 대선에서 완주하면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는다면 이준석 후보가 대선 뒤 주도권을 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동훈 전 대표도 유력 당권후보로 꼽힌다. 한 전 대표는 이동훈 공보단장 주장을 빌려 “친윤 쿠데타 세력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이재명이 아니라 저와 싸우고 있다”며 “제가 친윤 구태정치 청산에 앞장설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친윤 구태정치’ 청산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대선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에 한 전 대표가 출마해 보수 쇄신을 주도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62.8%란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지난 3일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43.4%로 패했지만 만만찮은 경쟁력을 확인했다.
김문수 후보도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김 후보가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전당대회에 나오면 당원들의 선택을 받기에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2017년 대선 패배 직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전례가 있다. 김 후보 측근들도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의식해 김 후보의 전당대회 출마를 간절하게 바랄 것이란 관측이다.
나경원 의원도 유력한 당권 후보로 꼽힌다. 나 의원은 친윤 주도로 대선 후보 교체가 시도되자 “참담하다. 이것은 내가 알고 사랑하는 우리 국민의힘의 모습이 아니다”며 김문수 후보 편에 섰다. 김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면 새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보수 쇄신을 주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당원과 보수층에서 지지세가 상당한 나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
경선 패배 뒤 하와이로 떠난 홍준표 전 시장이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 전 시장은 SNS를 통해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국의 정통 보수주의는 기존 판을 갈아엎고 새 판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 쇄신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주류 친윤을 업고 쇄신 주도권 경쟁에 나설 수 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