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차기 정부에 바라는 조세·재정정책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내란 세력 심판과 경제회복으로 모아지고 있다. 군대가 동원된 ‘비상계엄’이라는 시대 착오적인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를 모으고 있다.
탄핵으로 막을 내렸던 박근혜정부처럼, 윤석열정부 역시 집권 초기인 2022년부터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의 조세부담을 낮춰 경제를 활성화한다며 전 방위적인 감세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낙수효과’를 내세운 부자감세 정책은 결과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부족을 초래했고세수 부족으로 인한 재정지출 감소와 더불어 경제 정책 실패로 소비와 투자마저 위축되며 국가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더 이상 감세 기조 지속해서는 안돼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차기 정부에 바라는 조세·재정정책이 무엇인지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여론조사 결과 차기 정부는 더 이상 감세기조를 지속해서는 안 되며,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도 철회해야 한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이념 성향별로 살펴보면 중도·진보층에서 감세기조를 전환하고 기존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응답이 더욱 두드러졌으며, 보수층은 찬반이 팽팽하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감세기조 지속에는 진보층 58.7%, 중도층 51.3%, 보수층 42.4%가 반대한다는 의견이었고, 감세정책 철회에는 진보층 62.4%, 중도층 55.4%, 보수층 40.4%가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대선 후보들의 감세 공약에 대해서는 정파별, 이념성향별 차이 없이 모두 반대 응답이 찬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번 대선의 특징 중의 하나는 유력한 후보들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공약이나 감세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이러한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저성장으로 고착화된 상태이고, 저출생·고령화와 더불어 총인구마저 감소하고 있어 향후 생산가능연령 인구 감소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산가능연령 인구 감소는 결국 투자와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조세 측면에서는 소득세와 소비세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보다 먼저 이러한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급속히 증가하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고, 생산가능연령 인구 감소에 따른 소득세 등 세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자산과 상속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왔다. 일본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이 경제의 원동력이었지만 한편에서 경제적 격차를 확대하는 양극화의 폐해를 가져왔다고 보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에 의한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조세부담의 공평성이라는 관점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부담을 강화했다.
또한 이미 10년 전에 상속세 기초공제 중 정액공제액을 5000만엔에서 3000만엔으로 인하하고, 법정상속인수 1인당 공제액을 1000만엔에서 600만엔으로 축소했다. 또 6단계로 나눴던 세금 구간을 8단계로 늘리면서 과세표준 20억원 이상 구간에 대해 세율을 5%p 상향했다.
지속가능한 복지재원 마련 방안 내놓아야
조세·재정정책은 차기 정부의 중요한 결단 사항 중의 하나이다. 물론 세금 부담이 많고 경제도 어려우니 지금처럼 감세정책 기조를 계속해 나가자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당장 쓴 약은 먹지 않아도 되지만 병은 계속 커지게 되는 것이다. 저출생·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갈수록 커져 가는 복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국가부채를 더욱 늘릴 것인지,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결국 차기 정부의 결단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