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1위 CATL 홍콩서 7조원 유치
시장 점유율 33.5% 발판 세계패권 노려 … ESS·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까지
시가총액 1600억달러(약 220조원)에 달하는 이 거대 기업은 이미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이번 상장을 계기로 세계 시장 지배력을 본격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CATL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UB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CATL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3.5%로, 2위 BYD(17.0%)와 3위 LG에너지솔루션(14.5%)을 크게 앞선다.
삼성SDI(8.5%), 파나소닉(4.5%), SK온(2.5%) 등 경쟁사들도 고전 중이다.
중국 푸젠성 동남 해안의 작은 도시 닝더는 이 회사의 본사 소재지다. CATL의 본사 건물은 평범한 건물들 사이에 곡면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서, 마치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연상케 한다.
CATL은 전 세계 전기차(EV) 배터리의 약 3분의 1과, 전력망용 에너지 저장장치(ESS)도 비슷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 창업한 CATL은 창업자 로빈 쩡(Robin Zeng)의 고향 닝더시의 지역총생산(GRDP)을 에스토니아나 우간다보다 높게 끌어올렸다.
CATL은 이 같은 수직계열화 덕분에 원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 줄어든 3620억위안(약 50조원)이었지만, 순이익은 16% 증가한 520억위안으로 영업이익률이 14%에 달했다.
해외 사업도 빠르게 확대 중이다. 2018년 전체 매출의 4%에 불과하던 해외 매출 비중은 2024년 약 30%까지 증가했다. BMW, 메르세데스,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고객사로 포진해 있으며, 미국 네바다·텍사스 주의 전력망에도 CATL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ESS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생산기지의 해외 분산도 본격화하고 있다. 2023년 독일에 첫 해외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이번 홍콩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90%를 헝가리 신규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올해 중 가동을 시작하며, 2026년까지는 스페인에서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기술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CATL은 2024년 연구개발(R&D)에 26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R&D 비용의 3배 이상이다.
지난 4월에는 5분 충전으로 520km 주행이 가능한 차세대 배터리를 공개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한 달 앞서 발표된 BYD의 400km 주행 배터리를 능가하는 성능이다.
CATL은 현재 4만건 이상의 특허(출원 포함)를 보유 중이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는 정치 리스크가 변수다. 2025년 1월 미 국방부는 CATL을 중국군 연계 기업으로 간주해 블랙리스트에 등재했다. CATL은 “명백한 오류”라며 반발했지만, 미국 내 고객 유치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듀크에너지가 CATL 배터리를 활용해 구축한 노스캐롤라이나 주 군사기지의 에너지 시스템은 미 의회 압박으로 철거된 바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서방 국가들의 전기차 수요 둔화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보조금 축소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 이에 CATL은 수익성이 높은 ESS 분야로의 확장을 강화하고 있다. 2018년 전체 매출의 1% 미만이던 ESS 부문 비중은 2024년 16%까지 급증했다. 최근에는 고성능 AI 데이터센터 전용 ESS 시스템을 출시했으며, 트럭·선박 등 대형 모빌리티 배터리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CATL의 한 임원은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전동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으로 성장한 CATL은 이제 글로벌 전기화(Electrification)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굳혀가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