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첫삽 좀 뜨자”…정치로 시작했다 정치 때문에 꼬여

2025-05-23 13:00:03 게재

2006년 출발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무산 현실화

TK신공항, 정권마다 갈지자 행보 … 동력 확보 관건

[④ 영남·강원 ] 영남권에서 신공항은 20년째 반복되는 대선 단골 핵심 이슈다. 돗대산 참사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식화 발언 이후 모든 정부에서 신공항은 지역 최우선 공약이 됐다. 하지만 막대한 건설비와 ‘기존 공항도 어렵다’는 수도권의 부정적 인식,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간 소모적 쟁탈전까지 벌어지며 늘어졌다. 역대 정부의 갈지자 행보도 논란을 더했다.

가덕신공항 사업 촉구 부산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제공

박근혜정부에서는 장고 끝에 악수로 불리는 김해공항 확장안과 대구경북통합공항 동시 건설안을 제시하며 오히려 더 수렁에 빠졌다. 문재인정부 들어 특별법을 발의하고 가덕신공항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결국 두 개의 신공항이 동시에 진행되며 정부 부담만 커졌다.

오래 걸린 만큼 부산경남이나 대구경북 모두 인천공항을 대체할 제2의 관문공항을 외치지만 당장 첫 삽을 뜨는 것부터 버거워 보인다. 언제 개항될지 모르는 오리무중 상태다.

◆가덕신공항 개항은 언제 =“20년 간 지쳤다. 제발 첫 삽 좀 뜨자.”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과 부산발전카페 등 시민단체들은 22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덕신공항의 2029년 개항무산과 관련해 “대선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국토부의 속내와 그 뒤에 숨은 부산시는 책임져야한다”고 비판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외쳐온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이 무산되며 지역 민심은 연일 부글부글 분위기다.

이번 대선에서도 가덕신공항은 가장 뜨거운 감자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84개월→108개월)를 늘리고 개항시기도 준공시기와 맞출 것을 기본계획에 담으면서다. 부산시는 가덕신공항 대선공약화를 선언하고 각 후보, 정당들과 접촉에 나섰다. 2029년 개항 약속을 지킬 것을 국토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입찰 파기절차에 들어갔다. 재입찰의 최대 관건인 공기와 개항시기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당연히 가덕신공항은 언제 개항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공기 84개월(7년)로 계산해 지금 당장 삽을 떠도 2032년 개항인데, 1년 여 동안의 입찰기간을 허비했다. 재입찰을 하고 1년 간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거치면 아무리 빨라도 2033년 말에 신공항은 개항하게 된다. 만약 현대건설 주장대로 108개월(9년)로 재입찰에 나선다면 2035년 말에야 개항한다. 물론 공항 건설이 순항 중일 때 이야기다. 이러다보니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정당들과 후보들은 가덕신공항의 차질 없는 추진을 강조하면서도 개항시기를 못 박지는 못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가덕신공항 완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에 더 나아가 ‘제2관문 공항에 걸 맞는 형태의 공항 완수’를 내세우는 정도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가덕신공항의 차질 없는 추진을 외쳐온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자세와는 달리 공식적 언급자체를 피하는 눈치다. 이는 가덕신공항 의지가 없기보다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가덕신공항을 추진하는 것과 개항무산 책임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029년 개항을 약속하는 순간 수렁에 빠지는 것이고, 국토부와 부산시가 저질러 놓은 실책을 모두 민주당이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통합공항 10여년째 속도 못 내 = 대구시의 1호 대선공약은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 사업이다. 2014년 5월 대구 도심의 군 공항(K-2)를 이전해 달라는 건의에서 시작돼 2016년부터 본격 추진된 해묵은 현안이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나온 호언장담은 흐지부지됐다.

대구경북의 전폭적인 지지로 출범한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 영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이 대통령 선거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됐으나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오히려 이명박정부는 대규모 정부재정이 투입된다며 무산시켰다. 박근혜정부에서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영남권 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안과 함께 군 공항과 민간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2016년 7월 발표됐고 이전 방식도 ‘기부 대 양여’로 결정됐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은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반영되면서 실질적인 절차가 시작됐다. 이전부지 선정절차, 주민투표 실시 등이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졌다. 윤석열정부에서는 이전 기본계획수립, 특별법 제정 군공항 이전 합의각서 체결, 사업시행자 지정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대구시는 2023년까지 TK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하고 민간공항 이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는 등 실무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지난해 말 민항이전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끝냈고, 지난 1월에는 군 공항 이전 사업계획도 승인받았다. 사업방식도 공영개발방식으로 바꿔 추진 중이다. 대구시는 이에 따라 지난 3월 기획재정부에 11조5000억원 규모의 공자기금 신청서를 제출하고 2026년도 정부기금운용계획안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또 올 상반기 중 민간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목표로 정부의 협의 중이며 하반기에는 민군 공항 통합건설을 위한 위수탁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그러나 TK 신공항 건설을 주도해 온 홍준표 전 시장 사퇴 등 정치적 변화가 변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 홍 전 시장의 임기 중 사퇴와 새 정부 취임 등의 정치일정이 이어지면서 공항 추진 사업이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다.

새 정부가 얼마나 적극성을 띄느냐가 관건이다. 국비지원과 공자기금 융자 등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사업추진을 위한 동력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곽재우·최세호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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