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이어온 담배소송 항소심 변론 종결

2025-05-23 13:00:02 게재

건보, 담배회사 상대 1심 패소

2심, 흡연·폐암 인과관계 쟁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회사들의 12년을 이어온 500억원대 소송의 항소심 결론이 올해 하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6-1부(박해빈 부장판사)는 22일 건보공단이 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 등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12차 변론기일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담배 소송은 ‘30년 이상 흡연자 3465명이 폐암·후두암을 진단받아 2003~2012년 지급한 건강보험급여액 533억원을 담배회사들이 배상하라’며 건보공단이 2014년 4월 제기한 소송으로, 올해로 12년을 맞았다.

1심은 6년간의 심리 끝인 2020년 11월 “해당 환자들이 흡연으로 인해 질병에 걸렸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담배회사측 손을 들어줬다. 담배회사들의 제조물책임, 불법행위책임도 인정하지 않았고 건보공단은 보험자의 의무이행에 불과해 직접 피해자로서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

건보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날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1년에 국민 6만명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는데, 이는 대형 여객기 120대가 추락하는 것과 같다”며 “담배가 많은 병을 일으키는데 담배회사는 뭘 했나. 5년간 국내에서 33조7200억원을 빨아들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담배회사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의학적 근거에 따라 판결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분명한 믿음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공단의 변호사는 “지금까지 나온 역학조사에 따르면 20갑년(하루 한갑씩 20년) 이상 흡연자의 소세포폐암 유병률은 54.5배 높고, 기여위험도는 98.2%를 차지해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 발생의 강력한 원인”이라며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송대상자 6명에 대한 심층분석 결과 직업력·과거력·가족력·음주력 등 다른 환경적 요인이 없는데도 젊은 나이부터 흡연해 폐암이 발병했다”며 담배의 강한 중독성을 지적했다.

반면 KT&G의 변호사는 “담배로 인해 흡연자들이 사망에 이른 것이고 지급한 보험금만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건 제조회사로서 납득할 수 없다”며 “(건보공단의) 중독성, 인과관계 주장을 보면 2014년에 (패소로) 끝난 개별 흡연자들 소송에서 나온 내용과 대동소이하다”고 맞섰다.

한국필립모리스측은 “(이 소송은) 권리구제보다는 금연운동 일환의 정책적 목적이 아닌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사건 대상자들이 빠르면 1960년부터 흡연을 했다는 건데 회사는 1989년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과연 저희한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정이 되는지 깊이 고려해달라”고 강조했다.

BAT코리아측은 “수진자들은 저희 제품만 흡연했다는 사람은 없고 다른 제품과 공동으로 흡연했다고 답변했다”며 “근본적으로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재항고 사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항소심 선고기일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고 추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선고는 하반기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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