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연 꿰찬 윤 부부와 친윤…뒷전 밀린 김문수

2025-05-23 13:00:02 게재

윤석열은 영화 관람, 김 여사는 샤넬백 수사로 연일 논란

친윤 ‘단일화 거래’ 의혹 … 정작 김 후보는 ‘관심 밖’으로

한동훈 “이상한 행동으로 선거 망쳐” “민주당으로 가라”

6.3 대선이 임박할수록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윤석열)계가 뉴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잦아지고 있다. 대선에 출마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대선판의 주연과 조연급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 정작 선거 주인공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을 향해 “진짜 이상한 행동으로 선거판을 망친다”(한동훈 전 대표)는 불만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돈 PD,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이 경쟁적으로 뉴스 한복판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 사저에서 은둔하던 윤 전 대통령은 21일 갑자기 영화관에 나타났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일부 지지자들과 함께 부정선거 의혹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은 자신의 12.3 계엄 시도가 “정당했다”는 메시지를 내고 싶은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부정선거 의혹을 담은 영화 관람은 ‘계엄 반대’ ‘탄핵 찬성’이란 다수 여론을 또 다시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라는 우려가 구 여권에서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사실상 민주당 선대본부장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윤 전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를 겨냥해 “유튜브 등에서 제기됐던 의혹을 명확한 근거 없이 주장하며 ‘이번 대선도 부정선거를 확신한다’고 말한다”며 영화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여사는 검찰발 뉴스의 주인공으로 연일 등장하고 있다. 검찰은 통일교측에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의 명품백(샤넬백)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천수삼 농축차를 건네려했다는 의혹을 쫓고 있다. 명태균 관련 의혹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는 김 여사는 지난 13일 검찰의 소환통보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김 여사가 연일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는 장면은 ‘정권심판’ 여론을 더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19~21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정권교체’ 응답이 55%로 ‘정권재창출’(34%)을 21%p차로 앞섰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추대론’을 끄집어내 논란을 자초했던 친윤은 이번에는 ‘단일화-당권 거래’ 의혹의 주인공이 됐다. 이동훈 개혁신당 선대위 공보단장이 21일 SNS를 통해 “이 분들(친윤)은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를 하자’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는 식의 말을 한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었다. 친윤이 김문수-이준석 단일화를 통해 대선 승패를 뒤집으려고 이 후보측에 당권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준석 당권’은 한동훈 전 대표의 당권행을 막기 위한 노림수도 포함된 것으로 읽히면서 당내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이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이슈들로 빈번하게 주목 받으면서 구 여권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탓에 김문수 후보가 뚜렷한 반등세를 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22일 공개석상에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 전 대표는 “친윤 세력은 홍준표 만나러 네 명이 비행기 타고 하와이 놀러 가고, 그렇게 띄웠던 한덕수는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한다”며 “윤 전 대통령은 영화 보러 다니고 김 여사는 검찰 출석에 불응한다”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이) 진짜 이상한 행동으로 선거판을 망쳐 놨다”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해 “지금까지 충분히 (국민의힘을) 빠개놓으셨다. 이제 본인이 있을 곳으로 가시라. 민주당으로 가시라”고도 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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