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콜레스테롤 경고등' 켜졌다면 약을 먹어야 할까

2025-05-26 13:00:01 게재

“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니.” 45세 직장인 정 모씨는 얼마 전 회사에서 받은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당황했다.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을 넘었다며 식습관 개선과 함께 약물치료도 고려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생소한 진단명도 함께 받은 정씨는 혹시 앞으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이처럼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 이상이 발견되면 막연한 불안과 함께 ‘약까지 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한다면 불필요한 걱정을 줄이고 적절한 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속의 지방성분, 즉 지질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총콜레스테롤이 240mg/dL 이상, LDL 콜레스테롤이 160mg/dL 이상,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 혹은 HDL 콜레스테롤이 40mg/dL 미만일 때 진단된다. LDL, HDL은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운반체(지질단백질)다. LDL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이상지질혈증은 주로 LDL 수치 저하에 목표를 둔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40%가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지만 대부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이 때문에 ‘조용한 살인자’이라고도 불리며, 치료 없이 방치될 경우 혈관에 기름때가 쌓여 동맥경화로 이어지고 결국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으로 발전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 관리에 늘리 쓰이는 스타틴

이상지질혈증의 주요 원인은 다양하다. 동물성 지방 위주의 식사, 단 음식과 음주, 운동부족, 비만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중요한 원인이다. 이밖에도 유전적 요인이나 당뇨병, 갑상선 질환, 특정 약물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경미한 경우에는 식이요법과 운동 등으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LDL 수치가 높거나,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가 있는 고위험군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 바로 스타틴으로 가장 먼저 선택되는 약이다.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생성하는 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해 LDL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춘다. 복용 시 일반적으로 30~50%까지 LDL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심장병이나 뇌졸중 위험도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입증되어 있다.

물론 스타틴에도 부작용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이상반응으로는 근육통과 피로감, 간 효소 수치 상승 등이 있으며 드물게 혈당이 높아져 당뇨병 위험이 소폭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 위험보다 스타틴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병용하면서 복용하면 대부분의 경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타틴은 복용을 시작하면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화되었다고 느끼면 약을 끊고 싶어하지만, 복용을 중단하면 수치가 다시 오르고 혈관손상의 위험도 되살아날 수 있다. 따라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스타틴은 특정 음식이나 약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과량의 자몽주스는 일부 스타틴 약물의 대사에 영향을 줘 혈중농도를 높이고 부작용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복용 중 새로운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추가할 경우에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은 필수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통곡물, 견과류, 등푸른 생선을 자주 섭취하는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술은 줄이고 금연과 함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 콜레스테롤 조절 효과가 훨씬 커진다.

이상지표는 건강한 삶 실천하라는 몸의 신호

정씨 역시 건강검진 이후 기름진 음식과 야식을 줄이고, 퇴근 후 빠르게 걷는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수치가 일부 개선되었지만 목표수치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결국 스타틴 복용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정기검진을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안정적으로 조절되고 있음을 확인했고 약물 복용에 대한 불안감도 점차 줄어들었다.

이상지질혈증은 무증상이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건강위험 경고다. 중요한 것은 조기에 진단하고 식습관과 운동, 필요한 경우 약물까지 활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받아 든 순간, 건강한 미래를 위해 실천하라는 몸의 신호를 인정하고 개선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예지 연세대 약학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