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취 인정했다” 이란 MOU 후폭풍

2026-06-19 13:00:02 게재

미 언론 혹평에 여야 정치권도 비판 … 트럼프는 유가·주가 앞세워 방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사당 앞에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란과의 종전 합의에 대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합의 내용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며 의회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요구하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협상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를 놓고 미국 내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은 이번 합의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공화당 강경파도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더 퍼줬다”며 반발했다. 민주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하고도 핵심 목표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가 하락과 주가 상승을 내세워 방어에 나섰지만, 60일 후속협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이란 정권은 전쟁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며 “이번 합의의 진짜 위험은 이란의 갈취를 더 나빠진 새 현상유지 상태로 공식화하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의 핵심은 MOU 제5조다. 이 조항은 이란이 페르시아만에서 오만해로, 또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상선들이 60일 동안만 비용 없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명시했다. WSJ은 이 문구가 60일 뒤 이란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 방식을 이란과 오만이 협의하도록 한 점도 문제 삼았다.

뉴욕타임스(NYT) 논설위원실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면서 자신이 내걸었던 조건을 거의 얻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지 않고, 핵무기급에 가까운 핵물질을 제거하겠다고 했지만 MOU만으로는 이런 목표가 달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정치권 반발도 이어졌다. 로저 위커 미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미시시피)은 이번 MOU가 대이란 군사작전의 성과를 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 재건을 위해 조성될 3000억달러가 미국인의 세금은 아니더라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이란 핵합의에서 건네주려던 대가를 소액으로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빌 캐시디 상원의원(공화·루이지애나)도 “수십년 사이 최악의 외교정책 실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결정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 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 충돌을 키운 뒤, 정작 이란의 핵능력 제거와 호르무즈 해협 안정이라는 목표를 확실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쟁 비용과 동맹 불안만 키운 채 후속협상 부담을 남겼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반응을 앞세워 맞서고 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고 유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내가 이란에 충분히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질투심에 찼거나 나쁜 사람들이거나 멍청할 뿐”이라고 적었다. 또 “석유가 흐르고 있고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MOU 타결 뒤 미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999달러로 내려가 3월 말 이후 처음으로 4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후속협상은 시작부터 불안하다. 미국의 대이란 협상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양국 정상의 원격 서명으로 60일 협상 기간이 시작됐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번 주말 협상 계획은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MOU를 조건부로 승인한 것이라며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과 정치권이 동시에 “퍼주기 합의” “갈취 공식화”라고 비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MOU는 종전 성과보다 후속협상 부담을 더 크게 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와 주가를 방어 논리로 삼고 있지만, 핵심 쟁점이 60일 협상으로 미뤄진 만큼 이번 합의의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