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단일화 시한 D-3…‘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2025-05-26 13:00:28 게재

24일 투표용지 인쇄 … 오는 29~30일 사전투표가 최종 시한

국민의힘 김용태 “단일화 전제 조건 제시해달라, 노력 하겠다”

개혁신당 김철근 “100% 단일화 없다, 전제 조건 말씀 말라”

국민의힘 안팎에서 6.3 대선 막바지 판세를 뒤흔들 마지막 변수는 “보수 단일화뿐”이라는 절박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떻게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양보를 얻어내야 승패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은 시한은 3일뿐이다. 시간이 촉박한데도 공개 논의 뿐 아니라 물밑 협상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한숨소리만 들리는 형국이다.

공주 찾은 김문수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5일 충남 공주시 공주공산성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25일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김문수 후보가 역전극을 펼치기 위해서는 막판에 단일화를 통해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이준석 후보와의 극적인 단일화 장면을 통해 대선 승패를 좌우한다는 평가를 받는 중·수·청(중도층·중도층·청년층)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세하는 이준석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5일 서울 종로구 종묘 인근 서순라길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개혁신당을 향해 “단일화의 전제 조건을 제시해달라”며 “단일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준석 후보 역시 이재명 총통의 집권을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코 다른 편이 아닐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단일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이준석 후보의 ‘결단’을 요청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바람과 달리 단일화가 실제 성사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시간이 부족하다. 1차 시한으로 꼽혔던 투표용지 인쇄(24일)는 이미 넘겼다. 이제는 이준석 후보의 사퇴로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투표용지에 사퇴가 표기되지 않는다.

이제 남은 최종 시한은 사전투표(29~30일)가 꼽힌다. 아무리 늦어도 28일까지는 단일화가 성사돼야 ‘사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제 사흘 남았다. 시간이 촉박해 단일화 경선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준석 후보가 ‘김문수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25일 “40세의 이준석이 너무 어려서 안 된다며 대안으로 나온 게 74세의 김문수 후보냐”며 “허리인 제가 윗사람과 아랫사람들을 조화롭게 엮어낼 수 있는, 대통령 하기 딱 좋은 나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철근 개혁신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26일 김용태 위원장의 발언을 겨냥해 “개혁신당과 이준석 후보는 여러 차례 진솔하게 말씀드렸다. 100% 단일화는 없다. 그러니 전제 조건 이런 거 말씀하지 말라”고 답했다.

실제 공개든 비공개든 양쪽 사이에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는 기색도 없다. 2022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양쪽 측근이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인 끝에 대선 6일전에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28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것도 단일화 논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 지지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육박하면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 압박을 더 세게 받을 텐데, 28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도 알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사전투표 이전 단일화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앞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명분은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성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먼 형국”이라고 아쉬워했다.

물론 이 후보가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결단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는 게 국민의힘 바람이다.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하는 바람에 김 후보가 간발의 차로 패한다면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다. ‘보수의 미래’를 꿈꾸는 이준석 후보가 패배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릴 것이란 계산이다.

반면 보수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책임 전가를 위해 단일화 카드를 쓸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선에서 김 후보가 패하면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해주지 않아서 졌다”는 핑계를 댄다는 것이다. 이동훈 개혁신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지난 21일 “혹여 대선에서 지더라도 ‘이준석이 단일화를 거부해서 졌다’는 프레임을 미리 짜두려는 것 같다. 책임을 나눌 사람을 찾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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