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영업 못한 면세점 “임대료 면제”

2025-05-26 13:00:35 게재

1·2심 “70% 감면” 원고 일부 승소

대법 “임대료 100% 반환” 파기환송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실시된 ‘국제선 일원화’ 정책으로 공항 청사가 폐쇄되면서 면세점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면 한국공항공사가 면세점 사업자에게 임대료를 전액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심은 임대료 70%만 반환하라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이 100%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일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낸 임대료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지난 2016년 각각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면세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가 발생해 확산되면서 같은 해 3월부터 국제선 운항이 대폭 감축했다. 이에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공사와 협의해 국제선 운항 정상화 시점까지 면세점을 임시 휴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자 국토교통부는 방역을 이유로 같은 해 4월부터 국제선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의 국제선 청사가 폐쇄됐고 면세점 운영도 중단됐다.

이후 국토부는 2020년 3~8월 면세점 임대료를 50% 깎아주고, 같은 해 9월 이후에는 임대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국토부의 조치에 따라 공사는 임대료를 감면했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임대료를 전액 면제해달라고 주장했으나 공사 측이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국제선 일원화가 시행된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 임대료 70%를 감액해야 한다고 판단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일원화 조치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공익을 위해 면세점 사업자들의 손실을 감수하고 시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경제사정 변동으로 인한 상당한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경제적 손실을 원고들이 과도하게 부담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2심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2020년 3월은 50%를, 같은 해 4월부터 8월까지는 임대료를 70% 감액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 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민법 537조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항청사의 폐쇄로 임대차계약에 따른 사용 목적인 면세점 영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이상, 임대인인 한국공항공사가 목적물을 사용·수익 가능한 상태로 제공할 의무는 사회통념상 이행불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한국공항공사는 임대차목적물 사용·수익상태 제공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기간에 대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에 차임(임대료)을 청구하지 못하고, 이미 지급한 차임은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로 호텔롯데는 지난 2020년 4~8월에 낸 임대료 약 58억원, 부산롯데호텔은 같은 기간에 낸 약 9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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