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에 ‘법카’넘겨 ‘펑펑’ … SH 전 직원 “해고 정당”

2025-05-26 13:00:37 게재

공동연구기관 소속 대학생에 법카 무단 제공

법원 “SH의 청렴성·대외 신뢰도에 부정 영향”

연구개발비 전용 법인카드를 외부인에게 넘겨 수천만원을 쓰게 한 공기업 직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전 직원인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18년 SH가 국토교통부에서 공모한 개발과제에 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되자 SH 직원인 A씨는 연구원으로 합류한 뒤 연구개발비 집행 등 실무를 전담했다.

SH는 2022년 7~8월께 A씨가 연구개발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내부 공익신고를 접수한 뒤 자체 감사를 진행한 결과, A씨가 국책과제 연구개발비 전용으로 발급된 법인카드를 공동연구기관인 대학 학부생 등에게 무단으로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A씨가 카드의 일련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학생들은 쇼핑몰 등에서 법인카드를 64회 사용해 총 2400여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를 본인이 사무용 소모품 구입을 위해 지출한 것처럼 표시한 회계결의서를 첨부했고, 학생들이 보내준 거래내역을 범정부 연구비통합관리시스템에 업로드했다.

SH는 2023년 8월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에서 모두 기각됐다.

A씨는 이에 반발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에서 다른 사람에게 연구개발비 전용 법인카드를 제공한 건 사실이지만, 연구 수행을 원활하게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1년 사장 표창도 받는 등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해고는 징계재량권 일탈 및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연구개발비 전용 법인카드를 외부인으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행위가 부당하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장기간에 걸쳐 비위행위를 반복했다”며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으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의 비위행위는 공사의 연구개발비 운영에 관한 청렴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연구 전문기관으로서의 대외적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공기업 직원인 A씨가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받는다고도 강조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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