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지율 정체에 ‘내란 심판·민생 회복’ 재천명

2025-05-26 13:00:16 게재

“비상경제TF 구성” …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가능 법안 취소

‘권력 독점’우려 해소 주력 … 내란세력 심판 구도는 강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대선 사전투표(29~30일)를 앞두고 내란세력 심판과 민생 회복을 재천명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입법 독재의 시작’이라고 공세를 편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도 취소하기로 했다. 종반전에 돌입한 대선에서 보수층 결집 징후가 나타나자 지지층과 중도층을 겨냥한 ‘수성 전략’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1번 이재명 3표 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캐스팅보트인 충청권 공략에 나선 25일 충남 천안시 신부문화거리를 찾아 문진석 충남도당 위원장으로부터 ‘1번 이재명 3표 더!’라고 적힌 호두과자 모양 피켓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민주당 선대위는 26일 “박범계 의원이 제출한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법안, 장경태 의원이 제출한 대법관 100명 확대 법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의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 23일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정원을 30명으로 늘리고 대법관 임용 자격에 비법조인이 포함될 수 있는 안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 “비법률가에게 대법관 문호를 여는 문제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대법관 증원 문제는 장기적 과제라 당장 매달릴 사안이 아니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안을 내놓자 ‘입법 독재의 시작’이라며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공격해 왔다. 민주당 독주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도층 여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민주당 내부 목소리도 커졌다. 결국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파장이 큰 사안이지만 당장 결론을 낼 수 없는 제도개혁 사안 대신 대선 초기부터 강조해 온 내란 심판과 민생 회복으로 주타깃을 변경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모든 에너지를 경제와 민생 회복에 둬야 한다”면서 “국민 선택을 받게 되면 가장 먼저 ‘비상경제 대응 TF’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실행하겠다”면서 “사법 개혁이나 검·경 개혁 같은 제도개혁도 중요하지만 조기에 주력해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은 IMF 위기에 버금가는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느냐를 결정할 선거”라며 “새 정부는 6월 4일부터 바로 난파선의 키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장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준비된 후보와 정당만이, 우리 앞에 닥친 삼각파도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 상황을 극복할 준비가 돼 있는 진영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후보는 “정부가 나서서 효율적인 경기 진작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한 상태인 만큼 민생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추가 추경으로 급한 불을 꺼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실행하겠다”며 “이재명정부의 유일한 인사 기준도 ‘능력’과 ‘충직함’, ‘청렴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입장은 대선이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지지층에는 안정감을, 중도층에는 신뢰를 줄 수 있는 메시지와 행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 지지율은 조정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고, 결국은 누가 신뢰할 수 있는 세력인가로 평가 받게 된다”면서 “이재명 후보가 잘 하는 것, 국민이 기대하는 것에 대한 계획과 구상으로 인정 받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후 충남 천안 유세에서 “지금 제일 중요한 건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것이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일은 민생·경제를 회복하는 일”이라며 “기회를 주시면 골목 경제와 서민 경제가 최소한의 회복이 가능하도록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즉각적으로 편성해 숨통을 트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진전통시장 유세에서는 “주식 시장에 빠삭한 이재명 후보가 이기면 당연히 주가 조작은 거지를 만들 정도로 혼낼 것이고, 그렇게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면 주가도 오를 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 국정과제 1순위로 꼽는 ‘경제 회복’을 준비하고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메시지다.

국민의힘 등에 대해서는 내란세력에 대한 심판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25일 회견에서 TV토론에서 김문수 후보에게 ‘내란수괴 윤석열과 단절하겠나’라고 물었던 것을 거론하며 “내란을 극복하고 국민의 뜻을 따르는 제대로 된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선거에 후보로 나왔으면 최소한 말이라도 ‘단절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즉각 극우와의 결별을 선언하라”는 성명을 내며 공세를 높였다. 이 후보는 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을 두고는 “‘내란 단일화’를 할 것”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에 대비 중”이라고 했다. 김문수-이준석 후보 단일화 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보수 후보 연대를 ‘내란세력 프레임’으로 가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국민통합의 대상에 내란세력이 포함될 수 없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그는 “특정인을 겨냥한 정치 보복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한민국 체제와 국민 생명을 위협한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등이 ‘민주당의 입법·행정부 독점’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일이 안 되는 여소야대 상태보다는 (여대야소 정국에서) 일이 되는 게 낫다”면서 성과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집권 여당이 국민의 뜻을 어기고 반역사적 행태를 보이니 이를 통제하라고 야당에 다수 의석을 주신 것 아닌가”라며 “정상적인 국정을 위해선 ‘여대야소’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엉터리일때 (대선 이후 총선에서 국민들이) 야당에 의석을 많이 주는 거다. 국정이 엉망이라면 다음 지방선거·총선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어 대통령실이 일방적으로 국정을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직자 인선과 관련해서도 국민 추천제를 활성화하고 “국민 주권이 일상적으로 실현되고 국정에 반영되도록 ‘국민 참여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 대통령 거부권 제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검찰·경찰·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해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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