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회계투명성과 차기 정부의 과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발표한 ‘2024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의 회계분야 평가순위는 67개국 중 41위다. 2017년 63개국 중 최하위인 63위였던 것보다는 올랐지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가의 적정성은 차치하고 한국의 경제규모나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고려할 때 자본시장 선진화를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걸 바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는 크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은 기업들의 실적과 성장성,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다. 상법 개정 등이 중요한 이슈이기는 하지만 기업들이 공시하는 지표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회계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증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직 대선 후보들의 세부적인 공약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사회 전반의 회계투명성을 강조한 후보는 없다. 회사 경영진은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분식회계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적 부풀리기로 경영이 잘 되는 것처럼 꾸며서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싶어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연구들도 많다.
경기둔화 여파로 한계기업은 매년 늘고 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을 말한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 한계기업은 541곳으로 전년 대비 12.7%(61곳) 증가했다. 금감원이 작년 12월부터 한계기업 징후 기업을 대상으로 회계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회계감사 강화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회계개혁으로 도입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도는 완화되는 추세다.
영리부문에 대한 회계감사는 물론이고 비영리부문에 대한 회계투명성 강화는 국가 전체적인 과제다. 공익법인과 사립학교, 의료기관, 공기업, 정부 보조금사업자,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사업자 등 비영리부문의 회계기준과 감독조직은 제각각이다.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에 대한 회계감사와 공시, 회계감독 등도 차이가 크다.
회계정보의 생산과 제공 과정을 조직 유형에 상관없이 기본적·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회계기본법(회계에 관한 일반법) 제정을 차기 정부에서 중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 회계 관련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정부 기구를 설치해 회계 관련 갈등을 해소하고 일관성·통일성 있는 회계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전반의 회계투명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경제성장의 굳건한 토대를 만들고 비영리부문 자금집행의 효율성·투명성을 높일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이경기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