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계엄 도발’ 국힘 ‘2027년 재집권 구상’ 다 망쳤다
계엄 직전 윤석열 지지도 19% 추락 불구 재집권 기대감
유권자 보수화·중도 후보·진보 분열·심판론 퇴색 바라
계엄으로 기대 무산 … 진보 더 결집하고 심판론 강해져
12.3 계엄 직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10%대로 추락했다. 정상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시 만난 구 여권 핵심관계자는 “국정지지도는 낮지만, 재집권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2027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수 있는 복안이 있다고 했다. 12.3 계엄으로 갑자기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핵심관계자의 구상은 다 엉클어졌다. 구 여권의 ‘재집권 구상’은 불발 위기에 놓였다.
한국갤럽 조사(지난해 11월 26~28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12.3 계엄 직전 윤 당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19%였다. 김건희 여사 논란과 명태균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윤 당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하지만 당시 만난 구 여권 핵심관계자는 “정권 차원의 위기인 건 맞지만, 3년 뒤 치러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핵심관계자가 10%대 국정지지도에도 불구하고 3년 뒤 대선 승리를 자신한 대목은 크게 4가지였다.
우선 유권자들의 보수화 경향을 꼽았다. 미국 대선(2024년 11월 5일)에서 나타났듯 세계적으로 보수 유권자가 두터워지는 흐름이라고 봤다. 핵심관계자는 “나라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유권자들이 보수화 경향을 띠게 됐다. 국민의힘 후보에게 유리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는 중도성향 후보를 내세우면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국민의힘이 중도성향 후보를 공천하면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으로까지 지지세를 확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세 번째는 ‘이재명 출마’를 꼽았다. 핵심관계자는 “이재명이 야당 후보로 나서면 일부 진보 유권자가 기권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2007년 대선 사례를 제시했다. 2007년 대선에서는 진보층 유권자가 대거 기권하면서 투표율이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낮은 63%로 하락했다. 네 번째는 2027년 치러지는 대선은 ‘윤석열 퇴장’으로 심판 구도를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핵심관계자는 “2027년 대선에서는 더 이상 ‘윤석열 심판’ 구호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은 이미 흘러간 물이고, 2024년 총선에서 심판 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후보를 바라보는 전망투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핵심관계자의 호언장담은 12.3 계엄 이후 전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내몰렸다. ‘윤석열의 계엄’으로 구 여권이 세웠던 ‘재집권 구상’은 완전히 엉클어졌다. 유권자 보수화를 예상했지만, 계엄으로 인해 보수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 내부에 강성보수 기류가 득세하면서 강성보수 성향인 김문수 후보가 선출됐다. 중도성향으로 꼽히던 오세훈 유승민 한동훈 안철수 등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계엄세력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진보층 유권자는 더 강하게 결집하는 기류다. 한국갤럽 조사(20~22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를 보면 진보층 유권자의 83%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보수층 유권자의 65%가 김문수 후보를 선택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만큼 ‘윤석열 심판’ 구도가 강하게 작용하는 흐름이다. 대선이 구 여권이 기대하는 ‘전망 투표’가 아닌 ‘회고 투표’로 흐른다는 것이다.
구 여권의 다른 인사는 26일 “계엄이 모든 걸 바꿔놨다. 정상적인 대선(2027년)을 치렀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었을지 모르지만, 계엄과 탄핵으로 인해 우리가 기대했던 선거 구도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