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문 부수고, 의원들 끄집어내’” … 이상현 1공수여단장 법정서 증언

2025-05-27 13:00:08 게재

“개인화기 휴대한다” 통화녹음도 재생

윤석열 묵묵부답 … 6월 9일 6차 공판

‘12.3 내란’ 사태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로 출동해 있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병력들에게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을 다 끄집어 내라’는 지시를 했다는 특전사 지휘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또 지휘관이 국회 출동 당시 대대장들에게 개인화기 등을 휴대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녹음 파일도 재생됐다.

이상현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준장)은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준장은 내란 사태 당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국회 내 계엄군을 지휘했다. 검찰은 계엄 당일 ‘문을 부숴서라도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명령이 ‘윤 전 대통령→곽 전 사령관→이 준장→김형기 특전사 1특전대대장’ 순으로 전달됐다고 의심한다.

이 준장은 이날 검찰의 주신문 과정에서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님께서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 내라’라고 한 뒤 2~3초 뜸을 들인 후에 ‘전기라도 끊을 수 없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곽 전 사령관을 통해 들었다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 20분과 30분 사이 곽 전 사령관 혹은 박정환 특전사 참모장의 지시를 받고 자신이 애초 내렸던 ‘소요를 일으키는 민간인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의사당 의원을 끄집어내라’는 내용으로 변경해 하달했다고도 증언했다.

이 준장은 “사령관이 참모장을 통해 지시하면 제가 참모장의 전화를 받아서 아마 그 두 분의 지시로 인해서 저렇게 지시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의 의회 내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란 인식을 하지 못했는지 묻는 말에 “사령관이 북한의 위협이라고 해둔 상태에서 (그 말에) 꽂혀서 판단했다가 다시 정보를 취합해서 아니라고 파악했을 때, 가다 보니 늪의 한가운데 들어가 있고 부하들이 뒤로 따라서 쭉 들어오는 느낌이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지난해 12월 3일 밤 12시쯤 당시 이 준장이 부하인 특전사 2대대장에게 전화해 “국회 의원회관에 가지 말고 의사당으로 가. 담을 넘어가야 해”라면서 “1대대, 2대대 같이 의원들을 좀 이렇게 끄집어내”라고 지시하는 녹음이 재생되기도 했다. 2대대장은 이 준장 지시에 “밖으로 다 내보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준장이 국회 출동 당시 대대장들에게 ‘오늘 철야 작전한다. 개인화기를 휴대한다. 권총은 휴대하지 않고 비살상무기 전자총·테이저건·포박·포승·케이블타이 등 비살상 물자와 통신장비는 휴대한다’라고 말하는 녹음 파일도 재생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등 사건 관계자들의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필요성을 촉구하는 검찰 의견서에 대해 검찰측과 윤 전 대통령 변호인측 의견을 들었다.

이날 법원 지상 출입구로 공개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눈을 감은 채로 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한편 6차 공판이 열리는 다음 달 9일에는 이 전 여단장에 대한 윤 전 대통령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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