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뒤흔드는 ‘온라인 사기’
2025-05-27 13:00:01 게재
디지털 선진국, 국제범죄조직 먹잇감 되다
디지털 선진국 싱가포르가 전례 없는 ‘스캠데믹(Scamdemic)’에 휘말렸다. 부유하고 디지털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국가의 특성이 오히려 각종 온라인 사기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2023년 싱가포르에서 보고된 사기 건수는 5만건을 넘었고, 피해금액은 약 11억싱가포르달러(1조1700억원)에 달했다. 피해자 1인당 평균 손실액은 4031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기유형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데이팅 앱을 이용한 로맨스 사기, 가짜 채용공고, 정부기관 사칭, 악성코드 감염, 가짜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이 복합적으로 활용된다. 78세의 배우 로렌스 팽은 “처음엔 그냥 가볍게 대화했을 뿐인데 몇달간 정을 쌓은 뒤 암호화폐 투자로 유도됐다”며 4만 싱가포르달러를 잃은 사례를 공개했다.
국제 경찰기구 인터폴은 이 같은 범죄의 상당수가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의 대형 콜센터에서 시작된다고 분석했다. 이들 센터에는 인신매매 피해자로 구성된 ‘사기 노동자’들이 강제로 투입되기도 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월 보도에서 온라인 사기를 “전세계에서 연간 5천억달러 이상을 빼앗아가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범죄 산업”으로 규정했다.
특히 ‘돼지 도살(pig butchering)’이라 불리는 사기수법이 가장 피해액이 크다. 사기범은 먼저 가짜 소셜미디어 프로필을 만들고 피해자를 선정해 몇주 또는 몇달에 걸쳐 신뢰를 쌓으며 관계를 형성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