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부서 기간제로 건설회사 대표 채용한 화순군
수의계약 180여건 맺어
군 “숨겨서 몰랐다” 해명
전남 화순군이 건설회사 대표이사를 계약부서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고 이 회사와 무더기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나 말썽이다. 게다가 기간제 근로자가 4년이 넘도록 ‘영리업무 겸직금지’ 규정마저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화순군 등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 A(여)씨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화순군 재무과에서 개별주택 가격조사를 맡았다. 기간제는 민간인으로 면접 등을 거쳐 일정기간 채용되며, 재무과는 공사계약을 맡는다.
A씨는 이듬해 10월 다시 채용됐고, 2021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같은 곳에서 일했다. 채용은 재무과 요청에 따라 인사를 담당하는 자치행정과에서 진행했다. S사 법인등기 등에 따르면 A씨는 2019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고, 기간제로 일했던 시기도 대표이사를 유지했다.
화순군 기간제 관리규정(19조)에 따르면 기간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겸직을 못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숨겼고, 화순군의회가 지난 4월 자료를 요구하자 자진 사퇴했다. 화순군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A씨가 숨기면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구조”라며 “겸직 등이 문제가 돼 스스로 그만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A씨가 숨기고 화순군이 몰랐다’는 해명에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민 B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징계 없이 자진 사퇴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 해명을 S사에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화순군이 경찰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화순군은 A씨가 근무하는 동안 이 회사와 수의계약 180여 건을 맺었고, 계약금액은 모두 43억원에 이른다. 이는 화순군 한해 수의계약 10%에 근접한다. 특히 A씨가 기간제로 본격 근무한 2021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 2020년 11건에 불과하던 수의계약이 2021년 44건으로 늘었고, 지난해까지 증가세를 유지했다.
S사처럼 여성이 대표이사인 경우 혜택도 주어진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30조(수의계약 대상자 선정절차)에 따르면 수의계약은 통상 2인 이상 견적을 받는다. 반면 여성이 대표이사인 경우 1인 견적만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고, 계약금액도 일반 수의계약보다 2.5배나 많은 5000만원까지 가능하다. A씨가 취업 규정을 어기고 대표이사를 유지한 이유로 풀이된다.
계약 업무를 맡았던 화순군 관계자는 “발주부서에서 수의계약 요청이 들어오면 재무과에서 여성이나 장애인 기업에 먼저 배정한다”면서 “S사가 다양한 면허를 가지고 있어 수의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민 B씨 등은 무더기 수의계약 배경을 “군수의 도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S사 감사가 화순군수 친구이고, A씨가 감사의 조카며느리라는 관계를 근거로 했다.
하지만 화순군수와 S사 감사 등은 이런 지적을 강하게 부인했다. S사 감사는 “친구는 맞지만 군청에 가는 일도 공사를 부탁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구현진 화순군 재무과장도 “수의계약은 재무과에서 모두 알아서 처리한다”며 “군수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구복규 화순군수는 “(S사 감사와) 친하지도 않고 선거 때 도움 받은 사실도 전혀 없다”면서 “수의계약은 재무과에서 알아서 하는 것으로 나와 연관 짓지 말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