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교통대란 피했다

2025-05-28 13:00:27 게재

서울 시내버스 파업 유보

임금협상 결렬, 불씨 남아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유보됐다.

서울시와 버스조합 등에 따르면 28일 첫차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시내버스 파업이 유보되면서 버스가 정상 운행됐다.

28일로 예고됐던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유보된데는 노조 내부의 합리적 의견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당초 노조와 사측 임금협상은 27일 밤 12시를 기해 최종 결렬됐다. 수순에 따라 다음날 첫차부터 파업에 들어가야 하지만 버스노조 위원장들은 협상 결렬 후 별도의 회의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파업 유보를 결정했다.

노사간 입장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퇴로 없이 무작정 파업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파업 유보’를 놓고 투표를 벌인 결과 63명 가운데 49명이 유보에 손을 들었다.

파업에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도 고려 대상이 됐다. 극심한 불황으로 민생이 바닥을 치고 있는데 버스마저 멈출 경우 비난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버스기사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파업을 하더라도 운행을 계속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강한 압박도 파업을 막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시는 모든 버스 회사 차고지에 공무원을 파견해 노조가 기사들의 차량 탑승을 방해하는 행위를 단속했다. 개인 의사에 반하는 운행 저지 행위를 영업방해로 보고 감시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노조의 파업 유보 결정에 정치권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기 대선 투표일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파업이 발생하면 노동계와 가까운 야당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서울 버스 노조가 소속된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 대선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파업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날은 유보됐지만 파업의 쟁점이 된 임금협상은 결렬된 상태다.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사 이견 차가 극명해 재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파업은 피하더라도 노사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통상임금 적용을 놓고 양측이 소송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조합 관계자는 “한차례 유보한 만큼 재파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민을 위해 파업 유보를 결정한 노조의 입장을 존중하며 성의있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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