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뇌물 대통령’ 업은 김문수…후광? 역풍?
박근혜·MB 잇달아 만나
민주당 “썩은 물과 함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 막바지에 보수 출신 전직 대통령을 잇달아 만났다. 보수 결집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읽힌다. 다만 ‘탄핵 대통령’ ‘뇌물 대통령’이라는 낙인이 찍힌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역풍 우려도 나온다.
김 후보는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후보를 포옹하면서 “깨끗한 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왔다”는 덕담을 건넸다. 이 전 대통령은 비공개 오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되고 김 후보는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이 시대에 과연 국가를 통치하는 대통령이 맞느냐, 아니면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대통령이 맞느냐”고 말했다고 배석한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 후보는 앞서 지난 24일에는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사저를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서 꼭 승리해주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박 전 대통령은 27일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며칠 전에 마침 김 후보가 이곳 구미 아버지 생가를, 옥천 어머니 생가를 방문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이렇게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의 지지 행보가 보수층 결집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힘실어주기가 대구·경북 표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대구·경북에서 80%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에서 55.5% 지지율(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24~25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그치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지지가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은 ‘뇌물 대통령’이란 불명예스러운 낙인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김 후보가 가뜩이나 고전하고 있는 중도층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박경미 선대위 대변인은 27일 “국정 농단과 여론 조작, 부정부패로 얼룩진 과거와 끌어안은 극우 내란 후보를 국민은 단호히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썩은 물과 함께하는 것을 보니 ‘살인마 전두환’이 살아 있었다면 전두환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