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빅텐트도 원팀도 ‘반쪽’ 전락할 판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불발 가닥 … 이낙연만 지지 선언 윤상현 발탁에 친한계 반발 … 홍준표 “이준석 미래 투자”
국민의힘은 ‘탄핵 대선’이라는 불리한 선거를 이길 묘책으로 빅텐트와 원팀이 꼽았다. ‘반 이재명’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을 집결시키는 빅텐트와 당내 유력주자의 힘을 모으는 원팀이 성사된다면 “해 볼만 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6.3 대선이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이 바라던 빅텐트와 원팀은 ‘반쪽’으로 전락할 위기라는 평가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사이의 단일화는 불발로 기울었다는 관측이다. 사전투표 이후에는 단일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효과도 없다. 아무리 늦어도 28일까지는 단일화가 성사돼야 하는데 양쪽 사이에 단일화 논의는 전혀 진척이 없는 모습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7일 “3자 대결 구도에서 승리하겠다”며 단일화 불발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준석 후보는 27일 TV 토론 직후 “(김 후보측으로부터 만남을) 전혀 제안 받은 바 없고,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와 단일화를 꾀했던 한덕수 전 총리도 이날까지 빅텐트 합류 의사를 비치지 않고 있다. 12.3 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은 이달 중순 한 전 총리를 출국금지한 상태다.
그나마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도만 빅텐트에 합류했다. 이 고문은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27일 가까스로 김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이 고문은 “(김 후보가) 괴물 독재국가 출현을 막는 데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빅텐트 성패를 판단할 기준점으로 꼽히는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는 사실상 불발되고, 대신 이낙연·손학규 지지만 얻어내면서 “반쪽짜리 빅텐트가 됐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팀도 마찬가지다. 김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한동훈 전 대표는 뒤늦게 지원유세에 나섰지만, 친윤 윤상현 공동선대위원장 발탁에 친한계(한동훈)가 반발하면서 또 다시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친윤 구태 청산은 국민의힘, 보수, 그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는데, 김 후보측이 친윤 핵심인 윤상현 의원을 선대위에 발탁한 건 한 전 대표의 ‘친윤 구태 청산’ 요구를 무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친한계 박정하 의원은 27일 SNS를 통해 “윤상현 공동선대위원장 임명? 또 거꾸로 간다. 힘 빠진다”고 적었다. 다만 전날 선거운동 중단이란 엄포까지 놨던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28일 “대의를 위해 다시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경선에서 낙선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0일 하와이로 출국한 뒤 계속 머물고 있다. 홍 전 시장은 25일 “이준석에 대한 투표는 사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대한 사실상 지지선언을 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김 후보가 경선에서 경쟁했던 한동훈 홍준표 안철수 등과 원팀을 꾀했지만 이 역시 “반쪽자리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