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철회·단일화…‘깜깜이 기간’에 무슨 일이

2025-05-28 13:00:39 게재

2002년 대선 하루 전 정몽준, 노무현 지지 취소

2022년 사전투표 전날 안철수, 윤석열과 단일화

28일부터 6.3 대선 관련 새로 실시한 선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 후보의 지지율로 표심을 가늠하는 대외적 창구가 가려지면서 각 진영은 부동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에 골몰하기도 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20대 대선 후 실시한 사후 조사에서 20대 투표자 절반정도가 선거 전 1주 이내에 투표할 후보를 정했다고 답했다. 박빙 승부로 진행되는 선거에선 이른바 ‘깜깜이 기간’의 변수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광주 서구, 투표 참여 이색 조형물 설치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7일 오후 광주 서구청 앞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서구는 이색적인 투표함 조형물을 설치해 참여 독려 캠페인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여론조사상 2위 후보의 추격전 양상이 시작되면 캠프의 긴장감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공직선거법은 2005년 이후부터 선거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15~20대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표금지 직전 여론조사 결과가 대선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절반 이상(66%)이 ‘선거 한 달 이전’ 지지후보를 결정했다는 조사결과(한국갤럽 20대 대선 사후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변동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대 대선처럼 1%p 이내의 초접전 경쟁이 벌어질 경우 1주일의 변화가 당락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도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했다. 그러나 정 후보가 대선 전날인 12월 18일 밤 10시 긴급 발표를 통해 민주당과 선거 공조 파기,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의 자택 앞까지 찾아갔으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 장면이 전국에 중계됐다.

단일화 파기가 진보진영에서 노무현 후보에 대한 결집 효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2012년 12월 대선에선 국정원 직원의 댓글공작 의혹 문제가 터졌다.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관계자들이 경찰, 선관위 직원들과 함께 국정원 여직원 주거지를 찾아가 12월 11~13일까지 장시간 대치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당시 선대위에 참여했던 민주당 관계자는 “매일 실시하는 당 자체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와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해당 사건 이후 추격세가 주춤했다”면서 “댓글공작 실체가 바로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막판 여론에 부정적으로 작동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였다. 공식선거운동 시작 전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오차범위내 접전 양상(한국갤럽)을 보이다가 하락해 첫 TV토론(4월 23일) 이후 눈에 띄게 하락했다. ‘갑철수’ ‘MB아바타’ 발언이 회자되면서 안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2년 대선(3월 9일)을 앞두고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단일화가 깜깜이 기간 최대 이슈가 됐다.

사전투표(4~5일)를 하루 앞두고 안 후보는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윤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0.73%p 앞서 승리한 결과를 고려하면 단일화 이슈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시 선거기간 한국갤럽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윤석열 후보는 1월 초 26%에서 2월 중순 41%로 지속 상승, 잠시 주춤했다가 후보 단일화 후 44%까지 재상승했다.

21대 대선을 앞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측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향해 단일화 구애를 이어왔다. 이 후보의 분명한 거부 선언에도 단일화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는 분위기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에서 양자구도 정립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0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완주 의사를 거듭 확언했지만, 2022년 3월 2일 마지막 TV토론회를 마치고 심야에 회동해 후보직을 사퇴하는 형식으로 단일화에 응한 전례도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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