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사표 방지 심리’ 얼마나 작동할까

2025-05-28 13:00:39 게재

이준석, 단일화 거부 … 국힘 ‘준찍명’ 캠페인

2017년 대선서 유승민 지지율·득표율 비슷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재차 보수 진영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이번 대선은 이재명-김문수-이준석의 3자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준찍명’(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승리한다) 논리를 내세워 이준석 후보 지지층의 표를 흡수하려 하고 있고, 이준석 후보 측은 2030세대의 ‘소신 투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표 방지 심리’가 이번 대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분위기다.

사실상 보수 단일화에 실패한 국민의힘은 사표 방지 심리를 자극해 보수층 표심을 최대한 결집시키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훈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은 28일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중도 보수층의 투표 정서는 ‘반이재명 선거’”라면서 “그러면 결과적으로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도 사표방지 심리가 발동할 것이기 때문에 막상 투표장에 가시면 반이재명을 위해서는 김문수를 선택해야 된다는 투표 정서가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비서실장 역시 같은날 SBS 라디오에서 “지금 상황은 김문수 찍으면 김문수가 대통령이 된다. 그러고 이준석 찍으면 이재명 대통령 되는 데 도와주는 것”이라며 ‘준찍명’ 캠페인을 이어갔다.

반면 이 후보측에서는 지지층이 두터운 2030세대의 ‘소신 투표’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26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최근 여론조사 지표들을 보면 젊은 세대들이 봤을 때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한 후보가 이준석밖에 없다고 해서 여성 지지율도 굉장히 많이 올라왔다”면서 “이분들은 게다가 소신투표이기 때문에 사표방지 심리에 적용도 거의 안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후보별 지지 강도를 보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80%대로 비슷했고, 이준석 후보는 두 후보보다는 낮았다. 하지만 추세를 보면 이준석 후보의 지지 강도는 빠르게 높아진 양상을 보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5월 4주차 결과를 보면 ‘지지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계속 지지’ 응답은 김문수 89%, 이재명 86%, 이준석 62%이었다.

3주차 조사와 비교하면 김문수 후보 3%p 상승, 이재명 후보 1%p 감소에 그친 데 반해 이준석 후보는 38%에서 24%p나 뛰어올랐다.(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김문수 후보에 비해 이 후보에 대한 지지 강도가 약하기는 하지만 절반이 넘는 지지자가 ‘계속 지지’ 의사를 밝힌 점은 주목된다. 특히 이 후보 지지층의 상당수가 2030세대임을 고려할 때 이들이 ‘사표’를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 투표를 할 경우 국민의힘의 ‘준찍명’ 전략은 예상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난 2017년 탄핵 후 치러진 대선에서도 보수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발표된 지지율과 실제 선거 득표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유 후보는 마지막 공표 조사에서 6%의 지지율을 보였고 실제 대선에서 6.8%의 득표율을 거둔 바 있다. 유 후보도 당시 젊은 층, 특히 개혁적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가 높은 편이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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