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 붐, 끝 보이나
유가하락 트럼프관세에 휘청
OPEC+ 증산 결정도 리스크
미국 셰일산업이 10년 호황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석유기업들이 유가하락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때문에 생산을 줄이고 시추장비를 철수하면서 업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원유 생산량은 2025년 하루 1330만 배럴로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여파로 수요가 급감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10년 만의 첫 연간 감소다. 셰일산업은 그동안 값싼 석유·천연가스를 대량공급해 국내 경제성장, 고용확대,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하며 미국을 에너지 강국으로의 도약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61.53달러로 떨어져 셰일 업체들의 평균 손익분기점인 65달러를 밑돌고 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분기별 에너지 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 유가는 대부분 기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데번 에너지의 클레이 개스파 CEO는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의 증산 결정은 추가적인 타격이다. 업계 원로인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의 스콧 셰필드 전 CEO는 “사우디는 시장 점유율을 되찾으려 하고 있으며, 앞으로 5년 안에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지배력 확보”를 내세워 셰일산업을 장려해왔지만 업계 분위기는 정반대다. 다이아몬드백 에너지의 트래비스 스타이스 CEO는 “현재 유가는 사업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시추장비 철수와 자사주 매입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내 육상 시추장비 수는 최근 553대로 전주보다 10대, 1년 전보다 26대 줄었다. 석유회사 셰브론과 BP는 전세계적으로 총 1만5000명의 인력감축을 발표했으며 중소업체들은 더 빠른 구조조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엔버러스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셰브론을 제외한 상위 20개 셰일기업들은 2025년 투자 예산을 총 18억달러(약 3%) 감축했다.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정책도 부담이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수입관세로 유정의 주요 자재인 내강관(casing) 가격은 최근 분기에만 10% 상승했다. 콘티넨탈 리소시스의 더그 롤러 CEO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유가가 더 떨어지면 자본지출을 더욱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셰일산업은 외부변수에 민감한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경우 하루 최대 30만 배럴의 생산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는 일부 중소 OPEC 회원국 전체 생산량을 넘어서는 규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