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대학, 미국 인재 유치전
트럼프의 이민·대학 공세에 기회 포착
미국 트럼프정부가 하버드대의 해외유학생 유치 권한을 박탈하려는 등 교육계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자 미국에 수많은 학생들을 보내는 아시아 국가들이 인재들의 자국 복귀를 위해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28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홍콩과기대는 최근 하버드대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학생들에게 조건없는 입학을 제시했다. 입학절차의 대폭 간소화는 물론 학업 유지에 따른 재정적 지원도 약속했다. 홍콩 행정장관으로 홍콩대 홍콩중문대 등 여러 대학의 명예총재인 존 리도 27일 “홍콩은 미국정책으로 차별을 받아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그 어떤 학생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도쿄대는 지난 26일 “미국정부가 하버드대 학생들을 쫓아낸다면 이들에게 임시적으로 입학허가증을 발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유학생들에 적대적인 트럼프정책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서 점차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면서, 이들 나라에서 고학력 인재나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밀켄콘퍼런스에서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최고투자책임자인 판두 샤리르는 “우리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 유학생들이 인도네시아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시민권법을 바꾸고 있다. 해외 유학생들이 외국 시민권을 유지하면서도 국내에 들어와 학업과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투자자와 과학자, 기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장기비자 발급이나 비자면제, 세제혜택, 기타 인센티브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중이다.
26일(현지시각) 미국무부와 국제교육원(IIE)이 발표한 ‘오픈도어스’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4학년 동안 미국에 등록된 국제학생들 중 아시아계는 70% 이상을 차지한다. 인도와 중국은 각각 29.4%, 24.6%를 차지하며 1~2위를 기록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올해 3월 미국 박사학위 또는 박사후과정에 있는 외국계 학생과 연구자 1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 3/4가 “트럼프정부 정책 때문에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옮겨갈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호주국립대 천체물리학 교수인 브라이언 슈미트는 닛케이에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인재를 끌어들이는 자석이었다”며 “하지만 트럼프정부 정책으로 하버드대를 비롯한 대학가의 연구개발 역량이 위협에 처했다. 미국은 전세계 혁신선도국이라는 입지를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시간대 컴퓨터공학 교수 제이슨 코르소도 “하버드대가 국제학생을 받지 못하도록 한 트럼프정부 조치의 파급효과는 하버드를 넘어 확산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 모든 산업계에 대한 공격이다. 기술기업들이 누구를 고용할 것이며 미국이 혁신에서 어떻게 앞설 것인가. 트럼프행정부의 대학과 연구개발 공격은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건과 완전히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