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재정투입예산 공약하고도 재원마련 방법엔 ‘침묵’
이재명·김문수 재정공약 분석해보니
장기 재정안정성·건전성 강조했지만 재원마련방안·세원확충방법 ‘나몰라라’
공약 지키려면 확장재정 불가피 … 나랏빚 더 늘면 국가신인도에도 악영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사진 왼쪽)나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오른쪽)가 집권할 경우 부실재정이 우려된다. 신산업 집중 지원과 세금감면 등 대규모 재정투입이 소요되는 사업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정부 예산 편성 때 1%대 이하로 낮아진 잠재 경제성장률을 의무적으로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확장 재정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늘어날 재정지출을 어떻게 감당할 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상속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광역급행철도(GTX) 확대 등 상당한 재원이 소요되는 공약을 내놨다. 이번 대선이 ‘선심성 공약’ 대결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막대한 재원 투입 공약 =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 후보는 경제·산업의 대도약을 이끄는 ‘진짜성장’의 3대 전략으로 △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을 제시했다. 현재 AI는 세계 7위권, 잠재성장률 2% 이하에 국력은 10위권이나 기술주도 성장,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등 체질개선 등을 통해 대도약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 AI 중심 차세대 네트워크(6G) 상용화 추진 등 AI 산업에 대한 집중투자하겠단 내용이 대표적이다. 전 국민에게 AI 접근권을 보장하고, 대규모 국민펀드를 조성해 AI 산업에 100조원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동수당은 18세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이 후보의 간판정책인 지역화폐는 국비 지원을 의무화해 발행규모를 대폭 늘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다. 모두 대규모 재정투입이 불가피한 약속들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사태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소상공인을 위해선 코로나19 당시 받았던 대출을 탕감하는 방안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검토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상품권과 간편결제 등 각종 수수료 부담도 완화하는 등 지원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농업인에겐 쌀값 정상화, 농산물 유통 개혁 및 공익직불금 확대를 약속했다.
시민단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이 후보 측은 주요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210조원으로 제시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건정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재원대책 없는 포퓰리즘 공약 =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다르지 않다. 김 후보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으로 제시한 금액은 150조원이다. 김 후보는 앞서 26일 공개한 정책공약집을 통해 이 후보처럼 AI 분야와 관련한 100조원 규모의 민관 합동 펀드 조성을 약속했다.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확대도 강조했다. 기초연금 인상, 간병비 지원 등의 공약도 내놨다.
조세 부문에선 김문수 후보가 보다 공격적인 감세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재원대책도 없이 세금을 깎아 표심을 자극한다는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낡은 상속세제 개편에 있어선 해법이 갈렸다. 이 후보는 소득과 자녀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과세 체계로 전환하는 ‘가족계수세’ 도입을 약속했다. 가족 친화적인 소득세 체계를 위해 ‘부부 단위 과세표준’을 신설하고, 자녀 세액공제 확대 및 자녀 수에 따라 신용카드 세액 공제율·한도도 높여준단 방침이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정부 정책을 이어받아 과세 체계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상속세로 전환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서 30%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증세는 언급도 안해 = 하지만 두 후보는 증세를 포함한 재원조달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만 해도 13조8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8.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공약 이행을 위해선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는 비과세·감면 정비 대상인 조세특례 항목을 정비해 국세감면 법정한도를 준수하고,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때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재정건전성엔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평가가 많다. 재정준칙을 강조해 온 윤석열정부조차 임기 내 국세감면 법정한도를 지키지 못했다.
김 후보도 조세지출 구조조정 외엔 뾰족한 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단 점을 고려해 소득세 기본공제를 현행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철회했다가 공약정책집에선 다시 200만원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공약이 국가부채 확대와 부실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367조3000억원의 국세가 걷혔지만 이 가운데 230조6000억 원이 지방이전 재원으로 활용됐다. 결국 중앙정부의 가용 재원은 136조7000억원에 수준이었다.
재정 사업을 확대하면 국가부채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매년 상승해 2030년 55.3%, 2040년 80.3%, 2050년 107.7% 등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재정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면 국가신용등급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