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들이댔으면 대가 치러야”

2025-05-29 13:00:20 게재

서울 민심 “누구를 찍어도 찝찝” “거대 양당 견제해야”

70대 “사전투표율 높으면 이재명 기 살아 안 돼, 본투표 할 것”

이재명, 28~29일 서울 집중 유세 … 이준석, 청년층 타깃

서울 민심은 대선 때마다 엎치락 뒤치락이다. 20대 대선에서 25개 자치구 중 14개 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11개 구는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다. 계엄과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대선인 만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서울 지역만 한정하면 일부 여론조사에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소폭 역전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서울 지역 민심은 끝까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서울 왕십리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 유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입구에선 이재명 후보의 집중 유세를 앞두고 민주당 관계자들이 나서 분위기 띄우기에 한창이었다. 유세 소리가 들릴락말락한 거리에서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던 70대 안 모(광진구·남)씨는 “투표를 하긴 하겠지만 사전투표가 아니라 본투표 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믿는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른다는 것도 있고, 사전투표율이 너무 높으면 이재명 기만 살려주게 된다”고 덧붙였다. 안 그래도 이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상황에서 사전투표율까지 높으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후보들이 더 투표장에 안 나올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안씨는 “대세가 바뀔 거라고 생각은 안 한다”면서도 “사전투표가 그리 높지 않으면 김문수 쪽에선 본투표 많이 하면 이길 수 있다고 하지 않겠냐. 그렇게 되면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좀 더 공원 안쪽에 앉아 있던 50대 광진구 주민(남)은 “민주당은 지지하지 않지만 이재명은 지지한다”고 확실히 말했다. 12.3비상계엄 사태 때도 약간 두렵기는 했지만 국회 앞까지 친구들과 함께 갔다고 했다. 이 주민은 자신을 전직 직업군인이라고 소개하면서 “군인이면 보수적일 거라 생각하는데 진짜 투철한 군인정신을 갖고 있으면 (계엄같은) 그런 짓은 못한다”면서 “이번에도 정말 군인다운 군인들은 계엄 막으려고 노력하고, ‘모질이’ 윗사람들이 일을 친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문재인도 찍어보고 이명박도 찍어봤으니 난 정치적으로 중도”라면서 “이번에 이재명 찍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끄려고 한다. 정치가 정신건강에 안 좋다”고 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선 “총 들고 나와서 국민들에게 들이댔으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 당연한 걸 왜 국민들이 모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반쯤 이 후보 연설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좋은 자리를 잡아 이재명 후보의 연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했지만 박수는 한번도 치지 않은 70대 민모(광진구·남)씨에게 말을 걸었다. 민씨는 “대통령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한번 들어보려고 왔다”면서 “(이 후보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는 “이 후보가 싫다기보다는 그 옆에 정청래 최민희 이런 사람들 강경파들 보면 물불을 안 가리지 않나. 그 사람들이 뭔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민씨 옆에서 기자와 대화를 듣던 같은 연배의 여성은 “이놈이나 저놈이나 정치인은 똑같다. 투표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진구에서 택시를 타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유세 예정인 강남구 코엑스 쪽으로 향했다. 60대 양천구민이라고 밝힌 택시기사는 대선 이야기를 꺼내자 마지막 TV토론 이야기를 했다. “윤석열같은 사람이 또 될까봐 토론을 봐 본 건데 후보들 모두에게서 윤석열의 그림자랄까 그런 걸 느꼈다. 권력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더라”고 평했다. 가장 실망한 후보로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꼽았다. “젊은 사람이라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토론하는 걸 보니 나이 든 정치인들보다 한술 더 뜨더라. 내가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한 절대 찍지 않아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엑스 동문 앞 이준석 후보 유세차에서 힙합 느낌의 선거운동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백팩을 멘 직장인들이 간혹 발을 멈추고 돌아봤다. 화단 경계석에 앉아 게임 중이던 30대 김 모씨에게 이준석 후보 유세를 기다리고 있는지 물었다. 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평소에 관심이 있는 후보라 직장 근처에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거대 양당이 서로 싸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그냥 정체된 느낌이라 누군가 견제를 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국민연금도 나이드신 분들이 더 내고 더 가져가겠다는 건데 이준석은 다르게 말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젓가락’ 발언에 대해선 “과했던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런데 그 발언이 이상하다면 권영국이나 이재명이 정확히 반박했으면 될 일인데 가만히 있지 않았나. 그게 더 이상했다”고 이준석 후보를 옹호했다.

여성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정치학과 대학생으로 대선 후보 유세를 들어보는 과제를 수행중이라고 밝힌 한 여자 대학생은 “젊은 사람이라면 이준석 후보에게 한번씩은 관심을 가져볼 것”이라면서도 “어제 발언 보면서 여성으로서 (이 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렵겠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투표 참여에 대해선 “아직 고민중”이라면서 “어느 후보를 찍든 찝찝하달까 시원하지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어려운 투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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