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재정-통화정책 조화가 과제다
다음 주면 새정부가 들어선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추경을 하게 될 것이다.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상반기 중으로 30조~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달 초 국회에서 통과한 13조원 규모의 추경까지 포함하면 50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본예산의 6~7%에 이르는 금액이다. 새정부 성격과 경기상황에 따라서는 하반기에 또 추경을 추진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기준금리를 2.50%로 낮췄다. 지난해 10월 이후 네차례 걸쳐 1.00%p 낮췄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10, 11월 두차례 걸쳐 0.50%p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기업과 가계의 대출 이자부담은 연간 약 11조원 감소한다. 올해 두차례 인하를 포함하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부담 감경은 22조원에 달한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도 한두차례 추가 인하를 예고하고 있어 어림잡아 연간 30조원의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한은은 29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0.8%)와 내년(1.6%) 두해 연속 2% 안팎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내다본 전망대로 가면 우리나라 경제성장 역사에서 처음으로 두해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돈다. 2027년 전망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뚜렷한 반등의 요인도 크지 않아 본격적으로 장기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서 “내년에도 재정정책과 금리(통화)정책을 통해서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인하 폭이 조금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든 시중 유동성을 확대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재정과 금융(통화)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면 물가불안 등 거시경제의 부정적 요인이 불거질 수도 있다.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상대적으로 하향 안정화되면서 물가 걱정을 덜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언제라도 인플레이션은 살아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새정부 출범이후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의 원활한 협력이다. 정부와 한은은 거시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서로 협조하도록 한은법 등에 명시하고 있다. 이 총재는 평소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의 남발을 경계했다. 특히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성 지원금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 총재는 새정부 출범 후에도 1년 가까이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하는 ‘F4회의’를 함께 한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피했던 윤석열정부와는 재정과 통화당국의 갈등은 크게 없었다. 추락하는 경제 앞에서 다음달 출범하는 새 재정당국과 기존 통화당국이 적당한 때와 적절한 규모의 부양 정책에 보조를 맞춰나가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백만호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