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심판 대 견제, 유권자 선택 빨라졌다
6.3 대선 사전투표 호남·수도권 참여자↑
“선거구도 단순, 마음 정한 유권자 많아”
21대 대선 사전투표율 고공행진이 연 이틀 계속되고 있다. 전날에 이어 30일 10시 기준 사전투표율은 23.33%를 기록, 지난 20대 대선 동시간대(21.62%)보다 높았다. 현 추세라면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던 20대 대선 사전투표율(36.93%)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전투표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분산 투표 효과와 함께 ‘내란 심판’ ‘권력 견제’라는 단순한 대선 구도가 유권자 선택을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가운데 869만1711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날 투표율(19.58%)은 2022년 20대 대선의 첫날 사전투표율(17.57%)보다 2.01%p 높은 수치다. 20대 대선 당시 사전투표 첫날 투표권을 행사한 인원은 776만7735명이었다. 사전투표 둘째날인 30일 오전 동시간대 투표율이 20대 대선보다 2%p 높게 나타났다.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사전투표 최종 투표율은 20대 대선 기록(36.93%)을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지역별로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이 전국 최고 수준의 사전투표율을 보였다. 전남(34.96%), 전북(32.69%), 광주(32.10%)의 사전투표율은 30%대를 넘어섰다. 세종이 22.45%로 뒤를 이었다. 전남은 20대 대선보다 6.85%p, 전북은 7.15%p, 광주는 8.01%p 각각 상승했다. 반면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대구(13.42%), 경북(16.92%)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경남(17.18%), 부산(17.21%), 울산(17.86%)도 10%대로 전국 평균을 하회했다. 20대 대선과 비교하면 경북은 4.07%p 줄었고, 대구는 2.01%p 줄었다.

중도층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수도권은 평균보다 낮았지만 지난 20대 대선보다는 높았다. 서울은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19.13%로 집계됐다. 이는 20대 대선 때(17.31%)와 비교하면 소폭 오른 수치다. 인천의 사전투표율은 18.40%였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선거인을 둔 경기도는 18.24%로 수도권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두 지역 모두 지난 20대 대선(인천 15.56%·경기 15.12%) 때보다는 늘었다.
이같은 결과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평가는 엇갈렸다. 민주당은 ‘내란세력에 대한 심판’이라며 반겼다. 박경미 선대위 대변인은 30일 “79.5%의 재외국민투표에 이어 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 19.58%의 투표율로 완전한 내란 종식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보여줬다”면서 “남은 사전투표와 6월 3일 본투표에서 압도적인 국민의 의지를 보여달라”고 밝혔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9일 YTN 라디오에서 “투표율이 높다고 하는 건 그만큼 바른 대통령, 일반 국민 수준의 대통령을 뽑겠다는 의지가 표출되는 것이라고 본다”며 “투표율이 높은 것은 김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장동혁 선대위 상황실장은 중앙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TK는 늘 다른 지역보다 본 투표율이 높았다”며 “본 투표에서는 전국 투표율보다 높게 나오리라 생각하고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전 투표 첫날 투표율이 역대 최고수준을 보이면서 1997년 15대 대선 이후 처음으로 최종 투표율이 80%를 넘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체 투표자의 절반 정도가 본투표일 전에 투표하는 상황에 이른 만큼 전체 투표율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평일이라는 악재에도 투표자가 늘어난 것은 ‘투표장으로 향할’ 무언가가 작동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내란심판-권력견제를 각각 들고 나왔고, 유권자들 인식 속에서도 대선 구도가 단순하다”면서 “비상계엄-탄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미 유권자들이 마음의 결정을 끝내고 대선을 기다린 것이 높은 사전투표 참여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특히 “중도층과 일반적 여론을 대변한다는 수도권의 투표 참여율이 늘어난 것은 아무래도 ‘탄핵 프레임’이 작동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제도가 정착하면서 분산투표의 영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최종 투표율은 77.1%로 19대 대선(77.2%)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