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 관세폭탄 타격 하반기 본격화 예상

2025-05-30 13:00:16 게재

4월 이후 25% 관세에도 아직 가격전가 안해

수출 -4% 예상…“현지생산 늘리면 더 줄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해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타격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2개월 가까이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전가 없이 판매했기 때문에 수출에 큰 영향이 없었지만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미국 관세정책이 우리 품목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4.0% 가량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다만 “대미 수출의 부정적 영향 크기는 관세의 가격전가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은 4월 초 이후 관세 부과에도 미국 현지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국내 업체가 두달간 가격인상 없이 미국내 재고로 대응하고 있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 크지 않고 시차를 두고 가시화될 것”이라며 “일부 다른 나라 업체는 관세 인상을 가격에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올해 들어 대미 자동차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일부 전기자동차(EV) 생산지가 미국으로 옮겨 간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올 들어 자동차와 관련 부품의 대미 수출은 △1~2월 -10.4% △3월 -8.4% △4월 -15.1%에 달한다.

문제는 앞으로 우리 완성차 업체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릴 경우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내년 이후 미국 현지생산을 100만대 이상 규모로 늘려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의 현지 생산 확대로 규모가 큰 부품업체의 미국 이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부품업체의 88%에 이르는 매출 100억 미만의 영세 업체는 현지 이전이 어려워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한편 한은은 미국 연방법원이 상호관세에 대해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확정되면 우리 경제성장률에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29일 오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미국 상호관세가 철회되고 품목 관세만 남으면 낙관적 시나리오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좋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은이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낙관적 시니리오는 미국 관세율이 상당 폭 내려가면 우리 성장률이 전망치(0.8%)보다 0.1%p 가량 상향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부총재보는 다만 “(추가적인 성장률 상승) 구체적으로 숫자를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가처분 신청 등 프로세스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재보는 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낮춘 데는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이 절반(0.35%p) 가량 차지한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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