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또 불협화음…대선 뒤 ‘당권 경쟁’ 예고편

2025-05-30 13:00:19 게재

윤상현 발탁·‘계파 불용’ 당헌 개정 충돌

한동훈 “잔머리 굴리며 패배 이후 생각”

친윤 일각 “전대 대신 비대위 연장하자”

6.3 대선을 앞두고 “집안 갈등을 접고 ‘원팀’이 되자”고 외쳤던 국민의힘에서 잇단 불협화음이 들린다. 대선 뒤 당권을 둘러싼 친윤(윤석열)―친한(한동훈) 재충돌의 예고편으로 해석된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극심한 내분을 빚었던 국민의힘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원팀’을 강조해왔다. 당 지도부와 연신 충돌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김문수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했다. 한덕수 전 총리도 김문수 지지를 선언했다.

29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대선 승리를 위해 한동안 갈등을 피했지만, 최근 들어 불협화음이 잇따라 노출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윤상현 공동선대위원장 임명이 갈등에 불을 지폈다. 당 지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윤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에 앉히자, 친한은 반발했다.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에게 수차례에 걸쳐 △윤석열 부부와의 절연 △친윤 구태 청산을 요구했다. 친한 입장에서 ‘윤상현 발탁’은 한 전 대표 요구에 대한 ‘노골적 무시’로 해석될 법하다.

친윤과 친한은 ‘계파 불용’ 조항을 신설하는 당헌 개정안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포함해 특정인이 중심이 되거나 특정 세력이 주축이 돼 당내 민주주의와 자율성 및 자율 경쟁을 훼손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파 불용’ 조항을 당헌에 담기 위해 오는 31일 전국위원회를 개최한다. 친한에서는 선거운동에 매진해야할 시점에 뜬금없이 당헌 개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대선 이후 친한 세력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본다. 한 전 대표는 29일 당헌 개정 움직임에 대해 “이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승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잔머리 굴리면서 패배 이후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윤이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두고 당헌 개정에 나섰다는 의심이다.

한 전 대표 지적대로 친윤에서는 대선 이후 당권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에서 지더라도 내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고려해 자신들이 계속 당권을 쥐어야 하는데, 자칫 한 전 대표에게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한 전 대표는 62.8%를 얻으면서 친윤 후보들(원희룡 나경원 윤상현)을 압도했다.

이 때문에 친윤 일각에서는 대선 직후 전당대회를 열기보다 당분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구상을 은근히 흘리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비대위 체제로 운영하고, 그 다음에 당권을 판가름하자는 것이다. 다만 비대위 연장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제3의 친윤 주자를 앞세워 당권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한은 대선 이후 전당대회에서 당권 확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가 당 지도부와 김 후보에게 거듭 당 쇄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쇄신 주도권을 쥐려할 것이란 예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29일 “한 전 대표는 보수의 쇄신과 변화를 상징하고 있어 대선 패배 이후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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