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수시장 견인하는 소비재 산업
스시로, 아식스, 니토리의 성공 키워드는 '철저한 고객중심 철학'과 '디지털 전환'
2025년 일본경제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소비재 기업들이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인상에 의존하는 ‘가격 수용’ 전략을 펼치면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일본의 소비재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독창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비즈니스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고객 경험 추구하는 스시로
주말이나 평일에도 붐비는 시간이 되면 1시간 대기해야 들어갈 수 있는 스시 가게가 있다. 일본의 1위 스시 체인점인 스시로다. 식비까지 아끼려고 하는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재료의 초밥을 제공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스시로 비전(Digital Sushiro Vision)’, 줄여서 ‘데지로(Digiro)’라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객 경험을 향상시켰다. 테이블에 설치된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한 서비스로, 화면 위로 초밥 일러스트가 흐르듯 나타난다. 고객은 화면의 일러스트를 터치해 주문할 수 있으며, 일정 금액 이상 주문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해외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스시로의 지주회사인 ‘푸드앤라이프컴퍼니스’의 지난해 9월 순이익은 전기 대비 82% 증가한 146억엔을 기록했다. 올해 순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출점 수도 작년 1년간 총 45개 매장(국내 7개, 해외 38개)을 새롭게 오픈할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식스의 ‘카테고리 경영’
점포에 입장을 하기 위해서 줄을 서서 대기하는 곳이 또 있다. ‘오니츠카타이거’의 스니커즈를 구매하기 위해 마치 명품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는 듯한 풍경이 연출되곤 한다. 오니츠카타이거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럭셔리 슈즈 브랜드로 아식스가 운영한다. 최근까지는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대디 패션(Daddy Fashion)’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두꺼운 밑창의 신발은 ‘대디 슈즈’라고 불리는데 수십만원에 달하는 제품이 발매 당일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디 슈즈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가 바로 스포츠 용품 제조·판매 회사인 아식스다. 오니츠카타이거의 인기와 대디 슈즈 열풍에 힘입어 아식스의 실적이 급상승했고, 주가는 2년 사이 약 4배나 뛰어올랐다.
아식스는 2020년까지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순탄치 않았다. 이후 실적 반등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2019년부터 도입한 ‘카테고리 경영’이다. 기존에는 마케팅 기획 개발 생산 판매 등 기능별로 조직이 나뉘어 있었으나 이를 상품 중심의 5개 카테고리로 재편하고 각 카테고리에 책임자를 두어 제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일관된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경영 체계를 바꾸었다. 각 카테고리의 손익을 면밀히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도모했다. 과거에는 어느 국가나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디지털화를 통해 정보를 명확히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커머스를 통한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으로 전 세계 170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접점을 통해 구매 시점, 구매 제품, 재구매 여부 등 고객 행동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했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였다. 생산 물류 판매 전반에 이를 적용해 운송 시간 단축과 재고 최적화,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향후 전략의 핵심은 ‘브랜드파워 강화’다.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럭셔리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오니츠카타이거는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패션 브랜드로, 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아식스 전체 매출의 약 14%를 차지하지만 높은 성장률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아식스의 핵심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향후 아식스는 트렌드를 창출하는 상품 개발,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한 차별화, 스타일링 제안을 동반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지기 위한 활동에 집중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4분기 연속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고, 2024년 결산에서는 영업이익이 1000억엔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8월에는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1조엔을 돌파했고,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은 2024년 7월에는 2조엔을 넘어섰다. ‘업계 No.1 수익성 달성’을 목표로 아식스의 진격은 멈추지 않는다.
철저한 고객 중심의 회사, 니토리
수직통합형 사업 구조라서 고객에 대한 피드백이 신속하다. 최근에는 가전 대기업 ‘에디온(Edion)’의 주식 10%를 보유하는 자본 및 업무 제휴를 발표하는 등 이종 업종과의 제휴가 활발하다. 니토리에 오면 가구뿐만 가전제품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생활에 필요한 아이템을 고객이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는 수고를 덜고 효율적인 쇼핑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2024년에는 ‘니토리 마켓플레이스’를 출범하면서 이를 통해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폭넓게 제공하는 등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옴니채널 전략이란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스토어, SNS 등 모든 판매 채널을 통합하여 고객에게 일관된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고객은 어떤 채널을 이용하더라도 동일하게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 체인 확립을 위한 경영 기반 재구축을 일찍부터 추진해 왔으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실적도 호조다. 34기 연속 매출과 이익을 증가했다. 2032년까지 전 세계 3000개 매장, 매출 3조엔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진출, 핵심 성장장전략 될 것
스시로 아식스 니토리 모두 소비자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비재를 취급하기 때문에 경쟁 또한 살벌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데는 나름대로 전략과 비결이 있다.
먼저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다. 특별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스시로, 고객 데이터를 마케팅과 비즈니스 전반에 적극 활용하는 아식스, 그리고 선객후리(先客後利)라는 철저한 고객 중심 철학을 실천하는 니토리 모두가 고객 중심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적극적인 투자도 이루어지고 있다.
소매업은 구조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산업이지만 기술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기존의 소매업이 ‘물건을 만들어 파는’ 물류 중심의 사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물류뿐 아니라 자금과 데이터의 흐름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흐름을 디지털 기술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하느냐가 향후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국내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디지털 기술은 이러한 해외 진출의 장벽을 낮추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앞으로의 소비재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은 핵심 성장 전략이 될 것이다.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으며 가능성은 무한하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외부 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