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아프리카 증시상승 두드러져
10대 상승장 중 유럽 8곳, 아프리카 2곳
유럽증시는 달러기준 미증시 18%p 앞서
유럽 경제전망이 밝아지면서 각국 증시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지난 수년간 전세계 증시를 선도했던 미국은 트럼프정부 무역전쟁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상승률 높은 전세계 10대 증시에 유럽 국가 8곳 아프리카 국가 2곳이 올랐다. 유럽 경제대국인 독일의 닥스지수는 달러환산 기준 30% 이상 상승했다. 슬로베니아의 블루칩주식을 모아놓은 SBI톱지수는 달러환산 기준 42% 상승하며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가나의 종합주가지수로 80% 상승했다. 폴란드 증시는 40%, 그리스와 헝가리 증시는 각각 34% 이상 올랐다. 범유럽 스톡스600지수는 올해 들어 8.09% 상승했다. 미국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0.51%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달러기준으로 환산하면 스톡스600이 S&P500을 약 18%p 차이로 앞섰다”며 “이는 독일의 역대급 재정지출계획에다 유로화 강세 덕분”이라고 전했다.
시장전문가들은 회복력 높은 기업실적,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이 유럽증시를 돋보이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캐나다 RBC자산운용의 투자전략헤드인 프레데릭 캐리어는 “유럽시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우리가 지난 두달간 유럽과 관련해 받은 투자문의는 지난 10년간 문의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돋보이는 유럽증시 상승은 자기충족적일 가능성이 크다. 유럽대륙 증시가 오르면 전세계 더 많은 신규투자금을 유치하게 된다. 이는 다시 유럽증시를 밀어올리게 된다. UBS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투자자노트에서 “미국자산에서 관심이 멀어진 투자자들이 향후 5년 동안 약 1조2000억유로(약 1885조원)를 유럽증시에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유럽증시 상승을 이끈 초기 동력은 재정긴축으로 유명한 독일의 재정지출 계획에서 비롯됐다. 독일은 수천억유로를 인프라와 국방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2026년 하반기부터 유로지역 전반에 독일발 경제성장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 유럽·글로벌 증시전략 헤드인 비에타 맨디는 “유로지역은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식밸류에이션에 거품도 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JP모간체이스는 “역사상 가장 큰 격차로 유럽증시가 미국증시를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종목별로는 유럽 방산관련주가 두드러졌다. 스톡스600지수의 10대 상승주 가운데 7개가 방산주였다. 방산관련주 모두 최소 90% 넘게 상승했다. 독일의 렌크그룹, 라인메탈, 헨솔트 등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은행과 보험 관련주도 올해 호조를 보이고 있다. MSCI유럽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1분기 이익도 예상치(-1.5%)와 달리 5.3% 올랐다.
반면 미국과 관련, 투자자들은 경기침체 조짐을 느끼고 있다.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에 미국 재정적자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미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다. 트럼프정부의 감세정책도 한몫했다.
S&P500지수는 지난달 반등했지만 다른 국가 증시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뒤처진 상황이다. S&P500은 올해 들어 약 0.5% 상승했지만 미국을 제외한 MSCI전세계지수는 12% 올랐다. 블룸버그가 상승률 순위를 집계한 결과 전세계 92개국 증시 가운데 S&P500은 73위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