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유정선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야생동물검역센터장

“생물다양성과 동물복지까지 생각하는 검역체제로”

2025-06-02 13:00:03 게재

기관 간 벽 허물어 관리 강화는 물론 시민 편의까지 증대 … 인공지능 기반으로 생물종 구별 및 분류하는 기술개발 추진

“지난 1년간 해외에서 들어오는 파충류 약 15만8000마리(2025년 5월 12일 기준)를 검역했어요. 놀랍지 않으세요?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감염병 전파나 생태계교란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개나 고양이 등과 달리 통상 집 안에서 키우는 파충류의 경우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뿐이죠. 누구도 100% 안전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5월 26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야생동물검역장에서 만난 유정선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야생동물검역센터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야생동물검역센터는 코로나 19이후 파충류 등 해외 야생동물 유래 질병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 문을 열었다. 검역관 검역사 등 전문 인력들이 지정검역물로 수입된 파충류의 건강성을 확인한다. 수출국 검역 기관이 발행한 검역증명서 등 서류 확인과 수입 동물에 대한 야생동물검역관의 임상검사 등을 거친 파충류만 국내로 반입되도록 한다.

2023년 관세청 통관 기준 파충류의 98%가 인천공항으로 수입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60% 이상이 동물유래, 그중 약 72%는 야생동물 유래 감염병이다.

유정선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야생동물검역센터장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전시교육과장·동물자원과장·유용자원활용과장(2007년 8월~2024년 2월) △호주 서호주 박물관(Western Australian Museum) 박사후 연구원(2005~2007년) △동국대학교 대학원 박사(동물분류(거미목)) (2001년) 사진 이의종

최근 1년간 해외 유입 파충류 15만마리 검역

“최근 파충류 라나바이러스를 유의 깊게 보고 있어요. 우리 기관에서 ‘파충류 질병 수입위험분석’ 연구를 실시한 결과, 수입 시 고려해야 할 우선 순위 질병으로 라나바이러스가 선정되기도 했죠. 라나바이러스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아니에요. 하지만 숙주가 양서류 파충류 어류 등 광범위하고 치료나 예방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라나바이러스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양서류 검역 대상 질병이다. 라나바이러스에 걸린 양서류 등은 만성 궤양 증후군이나 급성 출혈 증후근 등을 보인다. 유럽 미국 호주 중국 일본 등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된다.

“검역 업무는 국제적인 수행절차를 따라서 해야 합니다. 약속된 방법에 의해서 진단하고 처리를 하죠. 큰 틀에서는 원칙을 제대로 지키면서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면 동물복지까지 함께 고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귀엽다고 물건을 사듯이 생명을 대해서는 안되잖아요. 야생동물을 해외에서 들여올 때 포장 등 조금만 신경을 쓰면 생존율이 훨씬 높아집니다.”

유 센터장은 생각을 조금만 확장하면 야생동물 검역업무가 생물다양성과도 연관이 된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야생동물검역센터에서는 검역관과 검역사가 주축이 돼서 일을 한다. 수의사인 검역관은 △임상검사 △건강성 확인 △수입 검역증명서 발급 △시료채취·예산 △진단분석 등을 한다. 검역사는 △사육관리 △종동정(생물 종을 구별하고 분류하는 작업) △동물보정 △시료 관리 등을 한다. 서로 다른 영역이 만나 협업을 하다 보니 상당 부분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게 유 센터장의 설명이다.

“다른 영역과의 협업은 처음에는 어려워도 궁극적으로는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일에도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국립생물자원관과 협업을 해 DNA 증폭 기술(PCR)을 활용한 종동정(DNA 바코딩 - DNA 특정 부위를 분석해서 종 구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국립생태원과 함께 국제적멸종위기종(CITES) 등에 대한 인공지능(AI) 기반 종동정 기술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유 센터장은 기관 간의 벽을 허문 융합 노력은 당장 시민 편의성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야생동물검역센터에서 검역을 시행한 이후 관세청의 협업센터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가 야생동물 임시검역시행장의 한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또한 관세청과 협업해 파충류 검역 원스톱 전자행정시스템을 구축했죠.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UNIPASS) -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야생동물질병관리시스템’ 간의 연계를 통해 민원인 등은 수입을 위한 통관 시스템에서 야생동물 검역을 신청하고 검역 결과는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으로 송신되도록 해 편의를 강화했습니다.”

파충류 검역 현장. 사진 야생동물검역센터 제공

예뻐서 데려왔지만 오히려 죽이는 경우도

지난해 5월 19일부터 파충류나 그 가죽, 알 등을 관상용(반려용)·시험연구용·제품용 등으로 수입하려면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야생동물검역센터에 신고하고 검역을 받아야 한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여행을 갔다가 예쁘고 신기하다는 생각에 야생 파충류를 데려오는 이들도 간혹 있는 게 현실이다.

“이유가 어찌 됐던 반입이 금지된 파충류는 밀수로 판단돼 세관에서 처리를 합니다. 또한 해당 종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아닌 경우 반송·소각·매몰 등을 거쳐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예쁘다는 이유로 데려왔다가 소중한 생명을 그냥 죽이는 셈이에요. 이런 점을 잘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야생동물검역센터는 감염병 차단을 위한 검역 기능은 물론 생물다양성과 동물복지를 함께 생각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인천=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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