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세계 환경의 날…“지속가능한 지구 꿈꿔요”
전국 곳곳서 시민들 한목소리
우리 삶에서부터 변화 필요해
“예전에는 해조류를 헤치며 물질했지만 이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헤치며 바다에 들어갑니다. 기후위기 그림자가 제주 바다에도 드리우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를 물려줄 수는 없어요.”
1일 제주 어영공원 등지에서 열린 ‘플라스틱 장례식 행진’에서 고명효 해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여한 대학생기후행동 소속 허윤서 씨는 “대학생 1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캠퍼스 내 가장 큰 환경 문제로 1회용품 사용을 지적했다”며 “이는 개인 책임을 넘어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삶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며 뜻을 모았다. 세계 환경의 날은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공동 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한 날이다. 매년 6월 5일이다. 올해 세계 환경의 날 행사는 4~5일 제주도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다.
환경운동연합은 1일 제주 어영공원부터 이호테우 해변까지 ‘플라스틱 장례식 행진’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플라스틱 오염의 종식을 선언하고 전환의 시대를 열자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대학생기후행동 △제주대학교 환경동아리 ‘Re-EARTH’ △제주해녀문화연구원 △지구별가게 △제주 예술단체 ‘마로’ △제주 시민 등이 참여했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 팀장은 “우리는 플라스틱 오염이라는 전 지구적 환경 위기의 중심에 서 있으며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순간을 맞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과 순환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일 서울마당에서 시민참여행사 ‘위어스(WEarth) 지구의 목소리’를 열었다. 시민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아메리카노 초콜릿 사과 등 익숙한 물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된 ‘2050 스토어’를 체험하고 자연이 주는 다채로움이나 야외 활동의 즐거움 등 점점 누리기 힘들어지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적은 ‘지키고 싶은 문장들’을 벽에 붙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위기가 고스란히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하고 심각성을 되새겼다.
또한 참가 시민들은 심화되는 기후재난과 이상기후 등 말 못하는 지구가 보내는 위기의 신호를 담은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며 기후위기 대응이 절실함을 호소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지구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신민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지구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 기존 성장주의에서 탈피해 지구와 사람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 정책과 경제 목표를 바꿔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국가 예산 투입을 화석연료보조금 같은 기후·생태계 파괴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전환 △기후재난 대응 △생태계 보호와 회복 △시민 복지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계 환경의 날은 6.3 제21대 대통령 선거 직후 진행되는 만큼 새정부의 환경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시민단체 16개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는 5일 세계 환경의 날 행사장 앞에서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제주 바다에서 생업 중인 해녀들의 플라스틱 오염 실태 증언도 이뤄질 계획이다. 제주 초등학생이 제주에 살면서 직접 보고 느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바탕으로 생산 감축을 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책임을 묻는 시간도 있을 예정이다.
플뿌리연대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최종 협상을 2개월 앞둔 지금, 플뿌리연대는 이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요구하며 새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라는 과제와 함께 출발할 수 있도록 견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을 성안하기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회의가 열렸지만 빈손으로 끝났다. 플라스틱 또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를 둘러싼 산유국과 비산유국 등의 의견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2025년 추가 협상회의(INC-5.2)는 8월 5~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세계 환경의 날 행사에서는 전세계 환경 전문가들이 모여 ‘환경 지속가능성을 위한 과학-정책 연계 방안’에 대한 논의의 장도 열린다. 한국환경연구원은 5일 제주 부영호텔에서 2025년 세계 환경의 날 부대행사로 ‘KEI 국제 포럼’을 연다. 국내외 환경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이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UNEP의 노력과 연구기관의 역할’에 대해 기조연설을 한다. 또한 △플라스틱 문제 대응을 위한 순환경제 전략 고도화 △지표 기반 순환경제 정책 결정 △자연 주류화 전략: 정책, 계획, 개발과 생태계 통합 등 다양한 주제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