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공수처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

2025-06-02 13:00:06 게재

무능 논란이 반복되던 공수처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일부에서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서 공수처는 폐지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고쳐 써야 한다.

첫째, 공수처 검사수를 대폭 증원해야 한다. 원래 공수처법이 만들어지기 전 법무부 내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만든 위원회안은 공수처 검사의 수를 30인 이상 50인 이내로 설계했다.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특검의 전체 규모가 총 122명이었고 20명의 파견검사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제시한 수치였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과의 지난한 협상과정에서 공수처 검사 수는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 이내’로 규정돼 반토막이 났다. 공수처법 통과로 인한 공수처 출범 자체에 의미를 두자며 당시 여당이 공수처 도입을 반대하던 야당에 너무 크게 양보한 결과다.

더더욱 문제인 점은 그나마 지금껏 공수처가 검사 수를 법이 정한 25명까지 채워본 적도 없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작년 9월에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올해 1월에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을 추천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들에 의한 임명 재가는 하염없이 미루어졌고, 지난달 16일이 되어서야 임명이 이루어졌다. 전국에 검사만 2300명이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25명도 안 되는 공수처 검사로 공수처에 쇄도하는 그 많은 사건들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는가.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부터 법으로 만들어주고 잘 하느니 못하느니 비판해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25명도 못채운 공수처 제대로 된 수사 어려워

둘째, 공수처 검사의 임기조항을 손봐서 공수처 검사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없이 공수처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신분보장을 해주어야 한다. 현행 공수처법 제8조 제3항은 “수사처검사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3회에 한정하여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3회 연임에 모두 성공해도 12년 임기가 최대치인 셈이다. 신분보장에 불안감을 느낀 우수한 인재들이 공수처 지원을 꺼리도록 한 독소조항이다. 이에 비해 검사는 임기 제한이 없다. 오히려 검찰청법 제37조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며 두텁게 검사의 신분을 보장해주고 있다.

공수처 검사로 들어왔다가 수년 내 검찰로 간다든지 혹은 로펌이나 다른 국가기관으로 갈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제1기 공수처 검사들 중 상당수가 첫 3년의 임기도 채우기 전에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한 것으로 안다. 또한 이런 정도로 신분보장이 취약하면 공수처 검사로 있을 때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수사나 기소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공수처 검사에게도 검찰청법상 검사에 준하는 신분보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공수처법에 의하면 공수처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란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요인, 정무직 공직자,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재직 중인 사람 또는 그 직에서 퇴직한 사람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이다. 공수처법 통과를 위한 여야 협상과정에서 여야는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공수처가 수사를 할 수 있는 관할범죄 중 법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과 관련해서만 기소권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공수처가 어렵게 체포·구속까지 하면서 수사를 했지만 기소를 위해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만 했던 이유다.

현행 공수처법 공수처 설립취지에 부합 못해

공수처의 기소권 제한을 풀어서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모든 대상 사건에 대해 기소권을 가지게 해야 한다. 이에 대해 공수처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게 하는 것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주장되고 있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 방침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은 공수처 내에 수사부와 공소부를 분리해서 따로 둠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현행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권한, 규모와 조직, 인적 구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공수처가 어떤 문제점을 드러낸다고 해서 그것이 기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서는 안될 것이다. 공수처 폐지론이 정책으로는 하지하(下之下)책인 이유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