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외 투자자에 추가 세금 물리나

2025-06-02 13:00:12 게재

하원 통과한 예산안에

외국인 투자 과세 조항

최근 미 하원을 통과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에 따라, 미국 주식과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추가 세금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법안의 899조(Section 899)는 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불공정한 세금’을 부과한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이 이에 대해 보복성 과세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조항은 미국 주식 배당금과 일부 회사채 이자소득에 대해 매년 5%포인트씩, 4년에 걸쳐 총 20%포인트까지 세율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현재 과세가 면제된 해외 국부펀드의 미국 투자 수익에도 과세가 가능해져,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미국 투자 환경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

대형 로펌 데이비스 폴크에 따르면, 이 조항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유럽연합(EU) 국가,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국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 주식·채권에 투자할 때 향후 추가 세금 부담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 모건스탠리는 “해당 조항은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외국인 투자 유인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미국과 해외 기업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라고 경고했다.

아직 미국 국채에 대한 과세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여러 채권펀드 매니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채마저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재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채 이자는 현재 비거주 외국인에게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으며, 이를 과세 대상으로 포함시킬 경우 미국의 국채 발행 비용이 오히려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자 협의체인 국제금융협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의 팀 애덤스 회장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유치를 위해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겠다고 하면서, 외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미국자산운용협회(Investment Company Institute)도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이 조항을 보다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방식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상원에 요청한 상태다.

이처럼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 자산에 대한 환위험뿐 아니라 세금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특히, 미 국채가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경우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채권마저도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어, 중장기 투자전략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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