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 등 신흥국 캐리 트레이드 재부상
통화변동성 안정 속
신흥국 통화·채권에
지속적인 자금 유입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일부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고, 투자자들은 고금리 신흥국 통화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예컨대 일본 엔화(저금리)를 빌려 브라질 헤알화(고금리)로 표시된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낮고 금리차가 클수록 이 전략의 수익률은 높아진다.
최근 JP모건의 글로벌 통화 변동성 지수는 4월 초 11%에서 5월 말 8.7%로 하락하며 시장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멕시코 페소, 브라질 헤알화, 칠레 페소, 남아공 랜드 등에 다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실제로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지수는 5월 말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픽테자산운용의 고위 채권 운용역 알리 보라 이기트바시오울루는 “미국의 무역 정책 긴장이 완화되면서 캐리 트레이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일본 엔화는 2020년부터 대표적인 캐리 트레이드 조달 통화였지만, 2024년 8월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자 엔화가 급등하며 기존 거래가 빠르게 청산된 바 있다. 최근에는 위안화와 유로화도 조달 통화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금리 완화 기조는 위안화의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아시아 외환시장도 크게 움직이고 있다. 대만 달러는 5월 초 갑작스러운 강세로 인해 이를 조달 통화로 활용하던 투자자들이 대거 포지션을 청산했다. 미국 달러와 페그제를 유지하는 홍콩 달러는 5월 말 현지 채권 금리 하락으로 인해 트레이더들이 이를 차입통화로 활용하면서, 화폐가치가 중앙은행이 허용한 거래 범위의 하한선까지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채권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많은 신흥국의 실질 금리(채권수익률 – 인플레이션)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평이다. 브라질 헤알화는 골드만삭스와 ING가 모두 투자 대상으로 언급했으며, 인베스코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달러나 유로를 빌려 남아공 랜드와 터키 리라 표시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금리가 높아 달러 조달 비용은 부담이지만, 달러 약세 기대감이 그 부담을 상쇄하고 있다.
RBC 블루베이자산운용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앤서니 케틀은 “현재로선 미국 달러를 차입통화로 활용해 신흥국 통화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이러한 시장 흐름과 환율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14.75%에 달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환율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환율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환헤지 전략을 병행하거나, 환율 변동성이 클 경우 투자 진입 시점을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신흥국 채권은 채무 불이행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신용부도스왑(CDS)을 활용해 원금을 방어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