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윤석열’…대선 막판까지 애간장 태운다

2025-06-02 13:00:59 게재

국민의힘, 이 후보 사법리스크에 부인·아들 겨냥 총공세

내란심판 강조 속 윤 재등장에 절연 못한 국힘 전전긍긍

6.3 대선 막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등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이재명 후보는 1~2일 영남·수도권 유세를 통해 내란에 대한 진상규명과 심판을 강조했고, 김문수 후보는 수도권·영남 유세를 통해 민주당의 방탄독재를 막아달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기대선 시작과 함께 양당이 상대를 향해 꺼낸 ‘프레임 공세’의 일환이다. ‘내란심판’과 ‘방탄독재’가 팽팽하게 붙는 격전지인 반면 상대의 거친 공격에도 번번이 고개를 숙이고 숨겨야 하는 아킬레스건도 있다. 후보와 캠프의 애간장을 태우는 약한고리인 셈이다.

마지막 지지 호소 더불어민주당 윤여준·박찬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참석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 앞서 ‘내란종식! 이재명’을 외치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돌며 이재명 후보의 가족·사법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그는 ‘정직한 아버지 깨끗한 대통령’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이재명 후보와의 차별화에 공을 들였다.

경기 성남 유세에서는 이 후보와 관련한 ‘대장동·백현동’ 의혹을 정조준했다. 구리 유세에선 “본인만이 아니라 아내까지도 법인카드 때문에 유죄 판결 받은 것 아시나. 아들까지도 온갖 도박이다 뭐다 해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 아시나”라며 이 후보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아들의 불법 도박 논란을 거론했다. 김 후보는 “공무원은 깨끗해야 한다. 깨끗해야 존경받을 수 있다”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데, 가장 위험한 독소 가진 물을 대통령이란 제일 윗물에 가져다 놓으면, 아랫물들이 다 독약 먹고는 살 수가 없다”고 이 후보를 ‘독소’로 비유했다. 김 후보는 서울 은평구 유세에서 복수의 재판을 받는 이 후보를 겨냥해 “죄지은 사람은 교도소 안이 제일 편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와 이 후보 배우자, 불법도박 의혹을 받는 아들을 한꺼번에 공격한 셈이다. 이 후보 아들 관련 논란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미 이슈가 됐던 사안이다. 이 후보 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도박을 했고, 당시 이 후보는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면서 사과했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장남이 과거 처벌받은 불법 도박 사건의 자금출처가 의심스럽다며 검찰에 이 후보 가족의 증여세 포탈 혐의를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내란 심판 공세’가 최근 이재명 후보 아들 댓글 논란이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여성 비하 발언 등 민주당 악재를 덮기 위한 술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와 배우자에 대한 공세에 대해선 ‘정치보복’이라고 맞서면서도 아들과 관련한 의혹제기에는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 관련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반명 정서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지막 지지 호소 더불어민주당 윤여준·박찬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참석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 앞서 ‘내란종식! 이재명’을 외치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이 후보 가족에 대한 공세로 속을 끓인다면 국민의힘은 계엄과 내란 옹호라는 과거가 발목을 잡는다.

6.3 대선 투표 하루를 앞두고 ‘윤석열·전광훈의 그림자’가 또다시 드리워졌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심판론의 ‘회고 투표’에서 ‘전망 투표’로의 전환을 위해 애썼지만 ‘과거’ 프레임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했던 윤 전 대통령은 같은달 31일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에서 대독 메시지를 통해 김 후보에게 대한 지지를 재차 호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이동호 전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이 대독한 호소문에서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용기를 내고 힘을 합치면 우리의 자유와 주권을 지킬 수 있다”며 “지금 김문수에게 우리의 힘을 모으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등장이라는 ‘악재’를 덮기 위해 김용태 비대위원장 등이 나서 ‘선긋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당내외 평가가 엇갈린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시기 바란다”면서 “윤 전 대통령이 탈당했지만 사실상 출당”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도 이날 경기도 의정부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우리 당도 아니고 탈당했다”며 “제가 논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극우 인사로 꼽히는 전광훈 목사와 관련된 댓글 조작팀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리박스쿨’이라는 보수 성향 단체가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댓글 조작팀을 만들어 대선 여론 조작에 나섰다고 의혹이 불거졌고 민주당은 리박스쿨 관련 행사 접점 등을 들어 김 후보와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과거 교류 사실과 별개로 여론 조작 의혹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와의 절연’ 단계로까지 평가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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