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 9대시장 중 7개지역서↓
‘트럼프 관세’ 직격탄 … 15대 주력품목 중 10개 감소
우리나라 5월 수출은 15대 주력 품목 중 10개 품목이 전년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9대 주요 시장 중에선 7개 지역이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차별 관세정책으로 세계 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국 수출이 품목·지역별로 모두 위기에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572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줄었다. 월간 수출이 전년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1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앞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15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하는 ‘수출 플러스’ 흐름을 이어왔다.
◆반도체 수출은 21% 증가 = 품목별 수출을 살펴보면 15대 주력 품목 중 △자동차(-4.4%) △자동차부품(-9.4%) △석유제품(-20.9%) △석유화학(-20.8%) △철강(-12.4%) △디스플레이(-18.0%) △일반기계(-5.3%) △가전(-14.9%) △섬유(-11.4%) △이차전지(-18.4) 등 10개 품목이 감소했다.
우리나라 수출품목 2위인 자동차는 62억달러로 4.4% 감소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15.9% 증가했지만 내연기관차와 순수전기차(BEV) 수출은 각각 6.8%, 23.0% 줄었다.
‘트럼프 관세’와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신공장 가동 확대 영향으로 미국수출이 32% 급감했다. 다만 유럽연합(EU)으로의 전기차 수출이 37.6% 증가해 미국시장 감소분을 상당부분 상쇄해 4개월 연속으로 60억달러 이상의 수출액을 유지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각각 36억달러, 32억달러로 각각 20.9%, 20.8% 감소했다. 산업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저유가 기조에 따라 품목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철강도 단가 약세와 글로벌 건설 경기 위축 영향으로 5월 수출이 12.4% 감소한 26억달러에 그쳤다. 3월부터 25% 관세가 부과 중인 미국 수출은 20.6% 감소했다.
반면 △반도체(21.1%) △컴퓨터(2.3%) △무선통신기기(3.9%) △선박(4.3%) △바이오헬스(4.5%) 등 5개 품목 수출은 증가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138억달러로 전년보다 21.2% 증가해 역대 5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월간 반도체 수출액은 2월 소폭 감소(-3%)했지만 3월부터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견조한 수요와 고정가격 상승 흐름에 힘입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스마트폰 수출이 30.0% 증가하는 등 호실적으로 보인 가운데 전체적으로 3.9% 증가한 13억달러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컴퓨터 수출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서버용 고용량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2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됐다.
◆대미국·중국 수출, 동반 8%대 감소 = 9대 주요 지역별 수출을 보면 △중국(-8.4%) △미국(-8.1%) △아세안(-1.3%) △일본(-8.7%) △중남미(-11.6%) △인도(-3.7%) △중동(-8.4%) 등 7개 지역에서 전년보다 감소했다.
특히 ‘트럼프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대미 수출이 100억달러로 8.1% 감소했고, 대중 수출도 104억달러로 8.4% 줄었다.
대미국 수출은 무선통신기기·석유제품·이차전지 호조에도 최대 품목인 자동차 수출 급감이 전체 감소로 이어졌다.
대중국 수출의 경우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이 줄면서 전체 수출도 뒷걸음쳤다.
대아세안은 반도체 수출이 두 자릿수(47.2%)로 증가했으나 석유제품·석유화학이 각각 44.4%, 27.3% 감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9대 지역 중 수출이 늘어난 곳은 EU(4.0%)와 CIS(34.7%) 두 곳 뿐이었다.
대EU 수출은 선박(-5.3%)·일반기계(-13.3%) 부진에도 자동차(37.6%)·반도체(11.1%) 등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3개월 연속 플러스 기록했다.
◆“미국 관세가 세계경제와 우리수출에 영향” = 한국의 5월 수입액은 503억3000만달러로 전년대비 5.3%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 장기화 속에서 에너지 수입은 원유(-14.0%), 가스(-0.3%) 감소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2.8% 줄어든102억달러로 집계됐다.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수입은 3.2% 감소한 402억달러였다.
이로써 5월 무역수지는 69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1월 적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2023년 6월 이후 매월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조업일을 고려한 5월 일평균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0% 증가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산업부는 “우리나라 양대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와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반도체·선박 등 주력 수출 품목과 농수산식품·화장품 등 K-소비재의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수출감소율은 –1%대로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