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김건희 여사 소환 대기

2025-06-02 13:00:48 게재

‘공천개입·도이치·건진법사’ … 의혹 줄줄이

‘선거 영향 우려’ 출석 불응 명분 사라져

정치권 특검 압박에 대면조사 서두를 듯

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검찰이 대선 직후 김건희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김 여사가 출석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지는 만큼 검찰의 소환조사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김 여사측과 출석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2월 창원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직후부터 김 여사측에 ‘대면 조사를 위해 출석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며 출석 시기 등을 타진해왔다.

지난달에는 14일로 날짜를 특정해 검찰청사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김 여사측은 응하지 않았다. 당시 김 여사측은 특정 정당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가 강행될 경우 추측성 보도가 양산돼 조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소환을 거부한 바 있다.

김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같은 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함께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 공천 등에 개입하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김상민 전 검사를 김 전 의원 지역구에 출마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명씨의 휴대폰 등 관련 자료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명씨와 김 전 의원, 김 전 검사 등 관련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는 등 상당부분 수사를 마친 상태다.

3일 본투표가 끝나면 김 여사가 조사를 거부했던 명분이 약해지는 데다 대선 이후 김 여사의 각종 의혹과 관련한 특검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가 계속 출석을 거부하면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조사와 관련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수사팀은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검에서 진행하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재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고검 형사부(차순길 부장검사)는 지난달 27일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전 임원 민 모씨에 이어 28일 2차 주가조작(2010년 10월~2012년 12월) 시기 주포 역할을 한 김 모씨를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이른바 ‘7초 매매’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 2010년 11월 1일 민씨에게 ‘8만주를 3300원에 매도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7초 만에 김 여사의 계좌에서 이들이 언급한 수량과 가격이 정확히 일치하는 매도 주문이 나왔다.

법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 재판에서 이를 통정매매로 인정한 바 있다. 김 여사가 이같은 통정매매 사실을 알았다면 주가조작 공범 혐의가 짙어진다.

검찰은 조만간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한 차례 대면 조사했는데 대통령경호처 소속 보안시설에 검사들이 휴대폰까지 제출하고 들어가 조사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재수사팀은 김 여사를 제3의 장소가 아닌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남부지검의 ‘건진법사’ 전성배씨 청탁 의혹 수사도 김 여사를 향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최근 서울 한 호텔에 있는 그라프 매장을 압수수색해 목걸이 구매 이력과 영수증,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또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 부인 A씨의 자택 등도 압수수색했다.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 모씨가 전씨를 통해 건넸다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A씨는 김 여사의 수행비서 유 모씨가 전씨로부터 건네받은 샤넬백을 교환할 당시 매장에 동행한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김 여사는 전씨를 통해 윤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씨가 김 여사를 통해 각종 민원을 해결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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